"된 사람, 난 사람, 든 사람이 되도록 하여라". 이는 제자를 사랑하는 선생님들께서 그 제자가 올 바르게 성장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압축해서 흔히 하시는 말씀이다. 이런 바람을 학문적 차원으로 끌어 올려 교육하고자 하는 대학의 교육과정이 바로 교양교육일 것이다. 교양교육이 곧 윤리교육 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공교육과는 달리 대학의 교양교육은 인성을 개발하고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지식과 그 실천방안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전인 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대학인은 전문지식만 을 갖춘 '전문인'의 수준을 넘어, 전인적 인성을 갖추고 보편적 진리를 존중할 줄 아는 '양식인'으 로 교육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나라의 대학들이 이런 점들을 깊이 인식하고서 제대로 된 교양교육을 시키 고 있는가? 교양과목의 구성, 담당교수, 담당기구 등의 측면에서 점검해 볼 때 불행히도 우리 나 라 대학들의 교양교육에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음을 발견할 수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양교육이 전공교육과 함께 수레의 두 바퀴처럼 대학교육을 구성하는 중요 부분 중의 하나라는 인식이 총체적으로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교양교육을 대학교육의 서자(庶子)나 지류처럼 취급하는 학교당국이나 교수들의 인식과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 것은 교양교육 과정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독립된 행정기구를 두고 있는 대학이 흔치 않다는 점 과, 교양시간은 박사과정 학생이나 시간강사 등으로 때워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학과나 교수들이 흔히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교양교육은 그 내용이 가벼워도 되는 것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90년대로 접어들어 '신세대'와 그들의 문화가 대학사회를 지배하면서 교양과목의 명칭이나 교과과정이 그들의 취향을 좇아 크게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교과목의 명칭이 감각적인 것으로 변하였고, 교육되는 내용도 단순화되거나 인기를 좇는 것들로 바뀌었다. 이는 불행히도 교양교육은 가벼운 것이며, 학점 따기 쉬운 과목으로 인식되었고, 학문적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교양교육이 모두 실용교육이어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도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대학교육이 모두 관념적으로 흘러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교양교육이 곧 직업을 얻기 위한 기능교육이어야 하는 것으로 요구되는 것도 문제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지식을 추상 적으로 전하는 문학, 역사, 철학 등의 학문이 설 수 있는 땅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점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오늘날의 대학 교양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 그 방향은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최소한의 행정기구를 설치하고, 학문적으로 권위가 있는 원로교수들에게 수업을 배정하며, 교과목과 교과과정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쪽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의 연구와 개발을 위해 예산의 뒷받침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느 사회든 기존의 질서를 변화시키는 데는 반대의견과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대학사회도 예외 일 수는 없다. 그러나 지성의 마지막 보루임을 자부하는 대학인들이라면 대학에서 가르쳐지고 있 는 현행의 교양교육과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의를 존중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권태한 교수<광운대 교무처장·국제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