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은 이에 대해 "사립학교에 설립자가 있지만 통념적으로 소유주나 주인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설립자라는 말은) 자신의 재산을 출연해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일 뿐 사립학교가 어느 개인의 소유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외국의 보편적인 사례처럼, 사학이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사회의 공기(公器)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지난 11월30일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대상 분규대학 조치사항 및 향후계획' 문건 내용은 국정감사장에서의 장관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 고 있다.

교육부가 교수채용 비리와 이사장의 전횡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학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처리 방향을 결정하거나 대학 구성원들 간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등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 한 반면,
비리재단을 퇴출하고 개혁과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개혁 과정에서 파생된 마찰과 갈등을 학내 분규로 확대 해석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거나 올해 안으로 임시이사를 개편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같은 교육부 방침이 발표되자 구재단의 복귀에 맞서 개혁과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민주대학'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대, 덕성여대, 상지대, 서원대, 한국외대 등 5개 '민주 대학' 총장·이사장들이 최근 공동성명서를 발표,
"11월30일자 교육부 보고서가 과연 대학 의 공공성을 살리고 개혁과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성된 것인지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 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또한 지난 8월 국회에서의 교육관계법 개악을 계기로 교육관계법의 민주적 재개정과 교육 7적 퇴진을 위해 결성된 교육·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교육부 문건이 나오기까지의 일련의 흐 름을 집어냈다.

교육부 문건은 △7월29일 김덕중 교육부 장관의 '상지대 주인론' 발언 파문 △8월 중순 국회에서의 교육관계법 개악 △10월 대구대, 덕성여대, 상지대, 한국외국어대 등 민주대학을 국정감사 대상으로 선정 등의 절차를 밟은 끝에 이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육부 문건에 대한 파문이 거세게 일자 교육부 관계자는 이 문건이 일부 교육위원의 독촉에 못이겨 황급히 작성한 중간보고서이며 내부안에 불과하다며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 하고 있 다.

그러나 교육부 문건의 폐기 여부는 1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의 공방전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교육부 문건을 계기로 국회 교육위원회는 개혁세력 대 반개혁 세력간의 한판 승부를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개혁세력이 '막판 뒤집기'를 해 멋진 승리를 연출해 주기 바란다.

- 한상권(덕성여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