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면 한양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한양이라는 지명이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 어 조선시대에 생겨났음직한 이 말은 대한민국 시대에 들어서(그것도 근년으로 올수록) 더 욱 더 금과옥조로 받들어지는 듯하다.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폭발적인 인구 집중이 이를 단 적으로 증명한다.

왜 사람들은 서울로 모여드는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서울은 한국의 정치·행정·경제·금 융의 중심지이다. 의료·문화·정보·각종 서비스의 중심지이기도 하며 온갖 좋다는 물건들 도 다 서울로 모여든다. 그래서 일반인들 입장에서 본다면 서울은 다른 곳보다 더 풍부하고 매력적인 직업기회, 다른 곳보다 더 풍부하고 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된다.

그런 매력적인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지극히정상적인 현상이다.

이같은 서울은 교육, 특히 고등교육의 중심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교육 수요자들의 의식 속에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학교 카스트에서 일류로 분류되는 대학들은 거의 서울에 있다.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의 포항공대 등 극히 예외적인 학교들이 있 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 소재 대학들은 그저 총장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너나없이 제시 하는 현실성 없는 비전 속에서만 초일류대학일 뿐이다.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구별짓는 것은 무엇일까. 교육 선진국의 경우 풍부하고 질 좋은 장서와 훌륭한 서비스를 겸비한 도서관(질 좋은 정보에 손쉬운 접근이 가능하다), 학생 수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교수 수(학생에 대한 밀착지도가 가능하다) 등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한다. 강의실, 기숙사 등 여타의 시설 등도 물론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얼마나 우수한 학생이 모여드는가', '졸업생 사회진출 상황은 어떤가' 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서 학생들의 수준은 주로 수능점수에 의해 판별되며,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은 심각한 병폐로 지적되는 학벌과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속에 각인돼 있는 카스트 속의 서열로부터 영향받는다.

한국식 기준에 의한 평가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들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다. 점수에 맞춰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는 수험생들은 대부분 일차적으로 서 울 소재 대학들을 겨냥한다.

많은 지방대 졸업생들은 입사지원과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좌절을 맛본다. 이러한 일들은 지극히 관행화돼 있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이 서울로만 몰려드는 것은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일단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서울로의 폭발적인 인구집중, 서울과 지방 소재 대학간의 격차 심화가 진정 정상적 인 것일 수는 없다. 그저 시장의 논리로 쉽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는 분명 반드시시정돼야 할 기형일 뿐이다.

고등교육에 있어서의 서울과 지방간 격차는 둘 사이의 총체적인 격차가 고등교육 영역에서 표현된 것에 다름 아니며, 이 총체적인 격차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서울로만 집중되게 하는 심각한 지역간 불균등발전의 양상이 시정돼야만 대학간 격차를 줄 이는 일도 가능하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지방대 육성책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지역간 균등발전의 필요성에 관한 깊은 통찰과 이의 실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실천이 없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고 말 가능성이 크다.

박노영 교수(충남대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