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변화된 국내외 정세로 보자면 이것이 아무리 총선직전에 맞춰진 형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남북냉전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 올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남북의 화해와 경제 교류와 더 나가서 통일에 대하여 우리 국민이 갖는 기대에 비하면 우리는 북한에 대하여 너무 모르고 살아오고 있다. 반공교육이라는 것을 한동안 참으로 열심히 해 오기는 했지만 그것은진실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거짓도 많이 가르쳤다.

우리쪽의 김대중대통령을 끊임없이 빨갱이로 몰라온 수사기관과 정당배들과 일부 언론이 모두 그런 거짓말을 날조하며 반공교육을 잘못 해왔다.

그러면서 대학의 연구자들이 북한을 바로 알려고 애쓰면 대공정보기관은 오히려 이를 방해해 온 것이 사실이다.

불과 3∼4년전의 일이다. 한 대학원생이 북한학연구로 박사과정을 밟다 +말고 수사기관에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해방직후 북조선 노동당의 기관지를 러시아까지 가서 고생 끝에 겨우 입수해 왔는데 그것 때문에 올가미가 씌워진 것이다. 법이 그러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 수사기관 쪽의 설명이었다.

겨우 3∼4년전까지도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 다시 말해서 지금의 김대중 대통령 취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북한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도 제대로 알려고 해서는 안되는 한심한 나라였음을 의미한다.

해방직후 북조선노동당의 낡아 빠진 기관지를 연구하고 이 자료를 다른 연구자들에게 나눠 준 것만으로도 평생 감시가 따라 붙고 억압이 따라 붙는 전과자가 되는 나라에서 누가 북한을 연구하며 또 누가 과연 할 수가 있었단 말인가?

또 이런 나라에서 북한학 학위를 따면 그것으로 밥이나 먹고 살 수 있을까?

북한은 폐쇄적인 나라다. 그러므로 북한을 알기 위해서 현장답사를 하기도 어렵고 흘러나오는 자료도 지극히 드물다. 그나마 그것도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북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북한이 문을 걸어 잠갔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북에 대해서 문을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을 폐쇄적이라고 말해왔지만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양쪽이 이처럼 다 같이 폐쇄적이었으며 그래서 북한을 바르게 알려는 대학 연구자들을 방해해 오다가 이제 갑자기 남북교류를 활성화해 나가려고 한다.

그렇다면 바로 3∼4년전까지도 북한 경제사를 연구하면 잡아가던 우리가 +북한과 아무 실수없이 성공적으로 경제관계를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가능할까? 상대를 모르면서 뭘 얼마나 잘 해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정부와 대학은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 너무도 무책임하거나 태만했다. 지금부터라도 북한학 연구를 위한 모든 대책을 서둘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