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느 때인가 이 전통의 명문이라는 수사에 금이 갔다. 재단이 취약하여 재벌들이 들락거리면서 그렇게 됐다.

지금 이 대학재단은 국내 굴지의 삼성그룹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라면 +어떤 재벌인가. 성균관대의 전통은 몰라도 명문의 수사만은 살려 놓고도 +남을 만하다고 믿을 수 있는 기업그룹이 아닌가.

이 대학에서 최근 듣기만 해도 섬뜩한 '사찰' 용어가 느닷없이 불거져 나왔다. 이 대학의 대학원·학부 총학생회가 재단측의 교수 사찰의혹을 폭로한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재단측이 강사·교직원 노조와 학생회 등 다른 학교 구성원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사찰을 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수십 종의 문건을 공개했다.

사찰이라는 용어는 학생회측에서 사용한 것이어서 언론보도에서는 '감찰'이라고 고쳐 놓는 등 고심한 흔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압제와 독재의 시절에 흔하게 들어오던 '동향보고'와 같은 사찰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 이런 용어에 자극 받기에는 별차이가 없다.

학생회에서 공개한 문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것은 매우 충격적이기도 하다. 학생회측이 처음 공개한 문건에는 이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 1백여 명에 대해 개인적 성향을 치밀하게 분석, 기술해 놓고 있다.

해당교수들이 내용을 알게 되었을 때 어느 정도 당혹감을 느낄지 충분히 +짐작할 만한 정도의 것이다. 다음으로 공개한 문건들에는 현 총장의 +선임시 교내외 동향보고, 보직교수 보임 진행상황과 강사 및 교직원노조 무력화 방안, 학생들의 동향에 관한 기록들이 망라돼 있다.

학생회측은 "대학의 법인 사무국과 총무처 산하 총괄지원팀이 지난 97년 4월부터 최근까지 강사 및 교직원 노조, 학생회 등을 사찰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학교 재단을 3년 전부터 이러한 기록을 작성하여 남긴 것이 된다. 96년 11월에 삼성의 성균관 재단 재인수 결정이 났으니 그 직후에 시작된 셈이다.

삼성그룹다운 관리방식의 냄새가 난다고도 할 수 있다. 국내 굴지의 +대학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조처라는 해명성 발언이 사찰대상에 오른 현 총장을 통해 전해진 것도 교묘하다.

"재단측에서 '대학발전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나는 +문건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재단측이 좋은 취지에서 한 것으로 +생각한다" 총장이 언론에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재단과 맞설 수 없는 총장의 곤혹스러운 심정이 읽혀진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등록금인상 반대투쟁이 진정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성균관대 학생회가 문제의 문건을 발견한 것도 등투 과정에서 학교 본부건물을 점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묻혀질 뻔했던 기록들이 들춰진 것이나, 재단측이 벌인 처사에 어떤 제재가 타당한가 등에 대해 섣부른 예단은 피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국내 굴지의 대학운영을 기업관리로 착각한 당사자가 있었다면 이점에 대해서는 엄중히 따져 보고 문책해야 할 것으로 보인 다.

진정한 대학발전의 길을 찾기 위해 재단의 자세를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