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고건 서울시장이 판공비를 공개하였다. 시민단체들의 공개요청에 마지못해 공개하 였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투명한 재정운영의 시발점을 이루는 계기 가 되었음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공직자들에게는 귀감이 되는 조치이고,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우리 나라도 비전이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심어주는 용단이라믿는다.

판공비는 관행처럼「먹어 없애는 돈」이나「눈먼 돈」으로 인식하고 용처도 불분명한데 비 하여 그 규모는 방만하여 늘 의혹의 대상이 되어온 게 사실이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고 기관운영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지불되는 돈이라고 입증시켜 주기 위해서도 공직자들의 판공 비는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

필자는 서울시장이나 자치단체장의 판공비 공개에 앞서 교육계 특히 대학의 총장판공비가 공개되기를 남모르게 기대하고 있었다. 사회가 깨끗해지기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요구이기도 하고, 사회 정의를 실천하고 확인하는 선도적 역할은 언제나 교육현장에서 시작한다는 보다교훈적이고 교육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대학을 남다르게 선망하고 총장은 지성의 상징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망의 대상인 대학총장이 판공비를 공개한다면 부정부패의 불감증으로 좌절하고 체념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산뜻한 청량제가 되어 열렬한 환영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리라. 그 래서 대학 총장은 모범적으로 앞장서서 판공비를 공개하는 것이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조치라 생각한다. 선거 때만「예산집행의 투명성」을 입버릇처럼 강조하지 말고, 판공비만이라도 공개하여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실천하여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총장 판공비는 다른 기관장들의 판공비와는 다르게 「어디에 어떻게 쓰여졌는가?」에 명쾌 하게 답할 수 있도록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 대학의 판공비는 대부분이 학생들이 납부한 기성회비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교육목적에 맞게 쓰여지고 있음을 밝혀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부담한 기성회비는 소위 비자금처럼 검은 돈으로 쓰이거나, 뒷거래나먹고 마시는 돈으로 쓰여져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장의 판공비 공개는 낭비의 흔적을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지출항목이 자세히 분류되어 공개되어야 한다. 은폐 조작하거나 형식에 얽매인 공개가 되어서는 공개의 참뜻이 희석될 우려가 있다. 판공비에 얽힌 억측이나 논란과 불신을 잠재우리만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심지어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목적으로 만나고, 얼마의 액수를 사용했다고 밝힐 수 있을 만큼 투명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장의 판공비가 공개되어 판공비는 결코 선심성 행정경비나 사업을 빙자한 비자금으로 전용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곁들여 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총장의 판공비 공개는 규모와 내역의 구체성에 대한 논란은 예외로 하더라도 공직사회의 투 명성을 높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며 총장들의 결단을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