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는 이 속에서 매우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헌신적으로 궂은 L46 심부름을 다 해낸 절대다수는 대학생들이다.

이것은 90년대부터 퇴조하기 시작한 학생들의 사회참여 운동이 새롭게 변하고 매우 긍정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민정부 이후 대학에서는 극한적인 투쟁방법이 힘을 잃었고 최근에는 +서울대에서도 대중가수들을 불러들이며 탈정치적인 연예오락 문화를 대학문화 속에 수용하고 있다.

4·19 이후 대학가의 학생운동이 주로 사회참여적인 운동을 의미했다고 한다면 90년대의 이같은 변화는 새로운 학생운동이 아니라 학생운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학생운동의 본질은 다수의 견고한 결속이며 그 응결에 의한 강력한 에너지의 사회적 발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보면 그같은 학생운동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그 속에서 여전히 힘차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단 과거에 화염병과 쇠파이프까지 들고 나가던 학생운동과는 전연 다르다.이들은 총학생회 간부들의 지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대학과는 관계없는 교수 기타 각계 전문가들의 지휘하에 참여해 오고 있다. 또 +이들은 폭력을 거부하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과거의 학생운동과 다르다.

그리고 이 운동은 매우 순수하다. 총선연대는 급조된 단체까지 합쳐서 5백개 단체가 모였었으니 잡음이 없을 수 없었지만 이를 주도해 나간 참여연대는 거의 유일하게 정부나 어떤 정치단체 어떤 기업으로부터도 후원금을 거부하고 사재를 털어가며 헌신하는 사람들이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므로 큰 돈 뿌려가며 당선된 총학 간부들이 화염병과 쇠파이프 부대를 지휘하다가 졸업 후에 정계로 나가서 똑같이 기성정치인과 같은 길을 가는 배신자들이 많았던 경우와도 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시민운동에 합류해 나간 학생운동은 아직은 전체 학생에 비해서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90년대에 거의 중단된 학생운동의 새로운 변신이고 부활이며 이제야 말로 누구로부터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학생운동의 새로운 대안이다.

다만 4·19 때도 시류에 편승해서 신념도 없이 이에 뛰어든 무리들이 +있었듯이 최근의 시민운동에서도 그런 부작용이 생긴다. 장원교수의 성추문 사건도 그럴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때문에 지금의 시민운동까지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그리고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 속에 오양과 같은 학생이 얼쩡거리는 것도 딱하다. 호텔 침대에 스스로 찾아가 남자를 +기다리고 나란히 누워 있다가 성추행을 유발시키고도 큰 소리치는 몰지각한 여행성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지금의 시민운동 속의 학생운동은 과거의 어떤 형태보다도 바람직한 운동이다. 그러므로 누구도 사소한 일로 이를 훼손시켜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