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연구와 강의가 부실해도 때가 되면 승진되고 자리를 보전하는 교수가있고 두 가지 다 잘했어도 억울하게 나쁜 평가를 받고 그 대학에서 +쫓겨나는 예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두 드문 예에 속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우리나라 교수들이 국제적으로 훌륭한 연구성과를 별로 받지 못하고 있고 대학 자체의 전반적 평가 자체가 항상 뒤지고 있는 큰 이유의 하나는 조교제도에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대학의 조교들은 교수들의 연구활동이나 수업을 돕는 +조교가 아니라 거의 모두 행정조교들이기 때문이다.

대학 중에서도 조교가 많은 곳은 서울대일 것이다. 국문과 조교는 4명이다. 그런데 그들은 사무실에서 행정적 사무만 본다. 교수들의 연구활동과는 무관하다. 물론 TA라는 것도 있다.

그들은 한 학기 중 5개월 동안만 매월 12만원정도만 받고 수업료가 +면제되며 교수 돕기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주로 학생들이 교수에게 제출하는 작문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지 연구 활동을 돕는 조교는 아니다.

같은 국립대학이라도 지방대는 조교가 1명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무실에서 행정사무만 보는 조교다.

사립대의 경우는 연세대도 조교가 3명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립대는 +1명뿐인 경우가 많으며 그들도 물론 행정조교로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독일의 경우에는 연구조교가 기본적으로 한 교수 당 한 명 이상이며 연구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서는 20명의 조교가 붙기도 한다. 행정적인 사무는 편지 한 통 붙이는 것까지 모두 비서가 해준다.

강의 과목도 적고 3년 강의하면 한 학기는 강의를 쉰다.

이런 대학에서는 교수가 연구에 필요한 저서나 논문들을 조교들이 읽고 번역해 준다. 실험실습도 비슷한 형태다. 채점도 거의 모두 조교들이 +담당하고 연습과목 강의는 조교들이 대신해 준다.

외국 대학이 모두 이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대학들은 이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낙후되어 있으며 한국의 교수들은 그만큼 고달프기만 하다. 그러므로 우리 교수들은 원천적으로 남들보다 불리한 입장에 있다.

결국 우리 교수들이 이런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해결한 비공식적 제도가 +무급 조교제도다. 그들은 보수도 없이 교수 연구실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앉아서 교수를 도와준다.책상은 어디서 수단껏 주워온 것들이다.

물론 이들은 학위를 마치면 누구보다 먼저 강사도 될 수 있고 아주 운지 좋으면 교수도 된다. 무보수가 그런 식으로 갚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식 직원이 아닌 무급조교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연구활동이나 강의를 돕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이 나라의 최고 일류대학을 비롯해서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행정조교만 있고 연구조교가 없는 이상, 이 나라 교수들의 연구성과에 큰 기대를 건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런 기본적인 구조적 모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대학은 결코 +세계적인 대학 서열에 들어서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