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민족의 언어가 소멸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어만의 소멸이 아니고, 소수민족의 고유 문 화가 소멸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 민족이 소멸하는 것이며, 세계문화의 다양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복거일이라는 소설가가 나서서 영어를 공영화해야 국제사회에서 산다며 소설같 은 말을 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써야만 경제발전이 된다는 것이다.

영어공용화라 함은 공문서를 비롯하여 광고, 간판 등을 반드시 한글과 영어로 표기해야 하 는 것이다. 캐나다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되어 있어서, 화장실 팻말이나 껌 포장지 에도 두 언어를 반드시 표기하기 때문에 경비가 두 배 이상으로 들어가서 경쟁력으로 뒤떨 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캐나다는 영어권과 프랑스어권으로 국론이 갈라지고 이것이 퀘백주가 캐나다에서 독립하겠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남한이 영어를 공용화한다면, 북한 언어는 완전히 다른 언어생활이 될 것이고, 국어통 일과 조국통일은 요원할 것이다.

세종대왕께서는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는데, 이 한글은 '일자일음'의 원칙을 가지고 있 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디지털시대에 알맞는 글자이다. 그런데 요즘 한자병용이니 한 자혼용이니 하며 한글이 부족한 글자라고 비하하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불행히 우리 토박이말은 한자에 눌리어 '가람'과 '뫼'는 '강(江)'과 '산(山)'으로 바뀌고 '온'과 '즈믄'은 '백(百)'과 '천(千)'으로 바뀌게 되었다. 토박이말 '아들'과 '딸' 대신 '영윤'과 '영애'라 고 써야 유식하다고 하는 사대사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제 때에는 왜말이 다량으로 들어왔고, 지금도 그 찌꺼기가 남아 있어서 우리는 아직도 '와리바시'로 '사시미'와 '다꾸앙'을 집어 먹어야 하는 처지이다.

요즘은 서양 외국어가 홍수를 이루고 있어서, 간판은 물론 상품이름도 거의 다 외국어로 되어있다. '칼라플하다'라든지 '드레시하고 챠밍하다'는 말은 도대체 어느 나라말인가? 음료수 이름의 '미에로화이바'는 '美 에로 fiber'가 합쳐진 합성어라고 한다. 중국어(美)와 영어 (fiber)의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어‘에로'는 토씨 구실밖에 못한다.

'옷집→의상실→드레스싸롱' '밥집→식당→레스토랑' '알몸→나체→누드'에서 보는 것처럼 우 리말은 한자어나 영어보다 아주 낮고 천박하게 쓰고 있다.

이제는 우리 국어가 똑바로 서서 독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때에 신기남 의원같 은 뜻있는 국회의원들이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자고 발의를 하였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일이다.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높일 줄 아는 국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다''고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