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으로 출석한 대구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물론, 구재단측 관계자도 "글쎄 이해할 수 없다"고만 대답했다. 구재단의 복귀를 도우려 했던 음모들이 역부족을 느끼고 꼬리를 내리면서 분규대학 국감은 한마디로 엄청난 국력의 낭비로 귀결되고 말았다.

세상을 살면서 어이없는 일이 어디 한 둘일까 마는 이건 해도 너무한 일이었다. 교수와 연 구에 시간을 쪼개 써야 할 교수들, 학업과 인격 연마에 여념이 없어야 할 학생들이 구재단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막겠노라고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밤새워 버스를 달려 국회 앞에 서 피켓을 들고 서 있어야만 했던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

대학을 경영할 자격을 상실한 구재단을 쫓아내고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대학 발전을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는 마당에 왜 우리 대학을 분규대학으로 몰아 부쳤을까.

구재단 스 스로도 명시적으로는 복귀하겠다는 증언을 하지 않고 있는데, 16명의 교육위 의원들은 뭐가 그리 한가해서 2시간 30분씩이나 대구대 증인들을 불러 들여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 야 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구재단 복귀의 빌미를 얻어 보려고 멀쩡한 대구대를 국정감사에 올려놓은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여지가 없다.

국회와 교육부는 정상을 되찾고 있는 임시이사 파견 대학에 더 이상의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았으면 한다. 학사운영에 안정을 찾은 대학들의 발목을 잡는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비리재단이 대학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국회는 정작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대학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지금도 적지 않은 대학의 교수와 직원, 학생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재단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이들 대학의 학생들은 정당한 교육서비스를 받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와 교육부는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철저하게 외면하는 듯한 인상이다.

대구 지역만 해도 시급히 국정감사나 교육부 감사를 받아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대학들이 많다. 4백여명의 학생이 집단 유급을 맞게 된 D대, 재단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매 학기 2∼3명의 교수들을 재임용탈락시키는 K대, 학장의 직인탈취 등 갖가지 교수 탄압으로 파행을 빚고 있는 D전문대 등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리재단의 갖가지 불법과 전횡이 교육부와 국회의 무관심 혹은 의도적 방치 하에서 반복되 는 사이에 교수들은 노예와도 같은 삶에 적응해 가고 있고 학생들은 수업 결손과 부실한 교 육으로 최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그것이 국가의 장래를 어둡게 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이다.

교육부와 국회는 지금부터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정책과 의정 활동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 바란다. 재단비리에 휘말려 있는 진정한 의미의 분규대학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비리재단을 편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 홍덕률 교수(대구대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