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 요청을 포기한 것은 지난 8월 초 교육개혁의 맨 선 두에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할 국회 교육위원회가 부정비리로 물러난 재단을 복귀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를 마련하고, 재단의 전횡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교육 관계법을 개악하는 등 제 기능을 이미 상실하고, 노골적으로 사립재단 편들기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감대상 분규대학이 발표되면서 이러한 우리의 우려는 현실로 나 타났다. 교육위가 이번 국정감사 선정대학에 중부대, 경문대 등 이미 재단의 비리가 밝혀진 대학과 더불어, 상지대, 덕성여대, 한국외대 등 파행적 학사운영과 부 정비리로 구 재단이 물러난후 구성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 대학발전 의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대학이 분규대학으로 선정된 것이다.

교육위원회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국감선정 분규대학에 관한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교육부도 어떠한 잣대로 이들 대학을 분규대학으로 분류했는지 모르겠다. 교 육.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개악된 사립학교법의 힘을 얻어 구 재단의 복귀를 보장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서 이번 국감에 이들 대학을 포함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 이번 국정감사 대학 선정을 교육관계법 개악에 앞장섰던 박승국 등문제교 육위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문기 전 재단이사장이 부정비리로 물러난 이후 투명한 행정과 재정운영을 바탕으로 지역대학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지대가 분규대학으로 선정된 반 면 지난 7월 총장 선출이후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성신여대가 분규대학에서 제외된 사실만 보더라도 이번 감사의 성격이 무엇인지 자명해진다.

어쨌든 국정감사의 대상이 된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성실히 감사에 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가 이미 정상화된 대학들이 또다시 분규에 휘말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수 개의 대학에서 그러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반교육적 인물들이 또다시 학원을 장악하려 들고있는데도 이를 막지는 못할망정 더욱 준동하게 만드는 감사라면 차라리 안하는 것이 더낫다.

따라서 구 재단 복귀의 절차로 보이는 덕성여대·상지대·한국외대·대구대 등의 국정감사 실시계획은 철회돼야 하며 교육위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것만이 거꾸로 가는 교육개혁 시계를 바로잡고 쓰러져 가는 이 나라 대학교육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정이/전국대학노동조합 선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