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장개방.' 한국 대학사회가 지난 10여년간 줄곧 고민해 왔던 화두다. 다들 개방에 대해 두려움을 가졌었고 '교육개방'에 대한 무수한 소문과 두려움이 한국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하나의 외국 대학도 한국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이는 한국 대학들이 개방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오히려 '교육시장개방'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난 후 한국과 외국 대학들간의 교환 프로그램 이 많은 성장을 해 왔다. 여기에는 △교류프로그램 △부분적 학위취득 프로그램 △공동 학위취득 프로그램 △분교 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98년에만 한국대학들은 외국대학들 과 약 2천 건의 교류협의를 이끌어냈다. 실례로 연세대는 학생교류 프로그램으로 매년 3백명의 학생들이 외국대학에 나가고 있고 고려대와 이화여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울대는 매년 1백여명의 학생들만이 해외교류를 가져 이들 대학들보다 오히려 뒤쳐져 있다.

이것은 지난 10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음을 가리킨다. 10년전 한국대학들이 말한 소위 '교류' 는 단지 학생을 외국에 보내는 것에 국한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말 그대로 '보내고 받는' 교 류 본래의 의미를 형성했다. 또 한국 대학들에서 국제 업무를 보는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KAIE라 불리 우는 국제조직이 구성됐다. 올해 KAIE 가을 회의에는 1백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모든 관심사는 외국 학생들을 한국대학들에 유치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한국 교육시장 개방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교류 프로그램은 양적 성장만 했을 뿐이다. 한국에서 얼마간의 대학생활을 하 고 나머지 기간을 외국-예를 들어 미국-에서 보내는 '공동 혹은 부분적 학위 취득 프로그 램'이 있다고 하자. 한국에서는 이런 부분적 협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이 있는데 연세 대 경영대학원은 시애틀의 워싱턴대 경영대학원과, 성균관대는 인디아나대와, 한세대는 리젠 트대와 협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많은 장점을 가고 있음에도 얼마나 많은 대학이 이 프로그램을 수행하느냐이다. 이러한 부분만 살펴봐도 교육시장 개방이 대학 당국자들에게 상당히 어려 운 일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 교류 프로그램만 놓고 보아도 상호 협의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입학 가능 학생의 성적 △수업 시간 △교과서 △수업요강 △수업을 강의할 한국교수의 자질 △수업료 책정 △졸업증서에 공부한 외국대학을 표기해야할지 말지의 결정 등 많은 요소를 해결해야한다. 한국대학 내에서 대학당국과 교수간의 협의 를 이끌어내는 것도 어렵다. 두 대학, 두 국가, 두 교육시스템, 두 학사일정, 두 언어간의 협 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해 보라.

따라서 시장개방은 매우 어렵다. 개인적으로 연세대와 미국의 권위 있는 디자인교육기관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과의 협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최종적인 협력을 맺지 못했다.

이런 여러 어려움 때문에 99년 11월 현재 한국에는 어떤 외국 대학의 분교도 없다. 또 가까 운 미래에 한국에서 어떤 외국 대학의 분교도 없을 것이다.

이는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된다. 일본은 80년대 외국대학을 유치하기를 원했다. 많은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업들은 외국대학들에게 커다란 인센티브를 주었고 약 40개의 미국 대학들이 일본 전역에 걸쳐 분교를 세웠다. 그러나 그 대학들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 고 일본이 90년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외국대학 분교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 제 모두 합해 일본에는 2∼3개의 분교만이 남아있다. 일본에서의 이런 경험은 한국 진출을 고려해 왔던 많은 미국대학들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너무 어렵다" 미국대학들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상황이 바뀌어서 미국 대학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미국 최고의 대학들은 한국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 하버드, 버클리, 스탠포드 등은 세계 어느 곳이라도 분교를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할 대학들은 뛰어나고 우수한 교 육을 제공할 수 있지만 덜 유명한 미국 대학일 것이다. 하지만 명성이 없으면 한국 학생들 은 이들 대학에 입학하지 않을 것이다.(실제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도 발생했다) 그러면 그들 은 실패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그들은 한국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해당 국가 바깥에 있는 분교 는 거의 없다. 어떤 국가도 교육을 외국 대학에 의존하지 않는다. 또 어떤 나라도 외국 교육 기관의 진출로 자신들의 민족문화가 지배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한국대학들이 교육시장 개방에 관해 두려워 필요가 없는 것은 중요한 경제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들은 비영리 집단이다. 사실 그들 대학은 학생들 때문에 손해 를 보고 있다. 사립대학들, 그리고 주립대학들은 높은 등록금을 외국 학생들에게 부과했다. 그리고 학생 1인당 실제적인 교육비용은 학생들이 지불하는 등록금의 2∼3배이다. 자신들이 받는 교육비용의 절반 혹은 그 비용보다 작게 지불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때 전세계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유학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외국 대학들은 한국의 교육비용이 너무 싸다는 이유때문에라도 한국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선진국에서 2학기 등록금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거의 똑같다. 미국에서 는 약 2만5천달러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1인당 GDP는 1천만원이다. 그러면 한국의 한 학기등록금은 5백만원이 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화와 시장개방이 한국 교육을 더 경쟁적이고 훌륭하게 만들 것이고 '수입대체'로 한국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것은 슬픈 뉴스일 것이다. 반면에 국제화와 시장개방이 한국 교육과 문화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현 상황은 긍정적일 것이다.

결국 교육시장개방은 한국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