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입시비리의 경우 특정 대학의 일부 교수가 예외적으로 저지른 부정이 아니다. 처음에는 연세대 등 6개 대학의 10여명 교수라고 하더니 수사를 확대하면서 서울대 등 수도권 4개 대학 음대 교수들이 더 관련되어 있다고 밝혀졌다.

검찰은 연대 음대 실기시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3백만원씩을 받은 서울대 교수 2명 등 교수 3명은 액수가 적은 점을 감안하여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작은 금액을 받은 입시비리 교수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다는 이야기다.예체능 계는 입시에서 최소한 2천만원은 써야 한다는 항간의 소문이 결코 근거 없는 뜬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91년 서울대 음대 입시부정 사건으로 1990년대가 열리더니 1990년대의 마지막도 음대의 입시비리로 끝나게 되어 세인들을 우울하고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어느 해인가 체육계 입시부정 사건이 있었을 때 교육부는 해당대학에 대해 행정 및 재정적 제재를 가하고 해당자를 고발 및 파면 조치하겠다고 공표한 적이 있었 다. 교육부는 입시부정 사건을 일으킨 대학이나 당사자에 대해 엄중히 조치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것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수사회의 비리와 부패는 비단 예체능계만의 일이 아니다. 입시부정 이외에도 교수 채용비리, 공사-납품 관련 비리 등 많은 비리와 부패사건이 국·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10여개 대학교의 총장, 병원장, 교수 등 27명이 값비싼 의료장비를 사들이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법 처리된 바 있다. 그러더니 이번엔 공공기관 이 발주하는 대형공사에 입찰 심의위원으로 활동해온 공대교수 46명이 건설업체 로부터 돈을 받고 점수를 조작해 주었다고 한다. 95년 이후 건설교통부 중앙건설 기술심의위원회에서 일해온 이들 46명의 교수는 15개 건설업체에서 적게는 6백만 원에서 최고 5천4백만원까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수사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수년전의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끔찍했던 붕괴사고가 부실공사에 그 원인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공대교수들의 비리사건은 견고하고 안전한 시설물을원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배반한 범죄행위에 속한다.

교수사회 전체 속에서 보면 이들 비리교수도 일부에 지나지 않긴 하기만 예능계 교수의 비리나 공사-납품 관련 교수들의 비리는 앞으로도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능계나 공대 만이 아니라 대학교수의 채용비리나 대학생의 편입학 비리 등을 뿌리뽑아교수들 의 도덕성과 대학의 신뢰를 하루 속히 회복해야 한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도 부정과 비리는 있겠지만 우리 나라는 너무 심한 것 같 다. 부정 부패 비리가 이미 우리 사회에 구조화되고 일상화되어 치유하기 어려운 고질병이 되고만 느낌이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와 기업간의 돈 거래, 일선 공직자와 업소간의 뇌물유착, 대출비리, 초·중·고 교사들의 촌지, 언론인과 취재 원간의 돈거래... 여기에 교수사회의 부정과 비리까지 합치면 사회의 어느 곳이온전하단 말인가.

역대 정부치고 공직사회의 부패를 추방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지 않은 정부가 없다. 박정희 정부는 서정쇄신과 숙정, 80년 신군부 정권은 정화운동, 김영삼 정부는 사정과 개혁을 내세웠고, 현 국민의 정부도 요란스럽게 개혁을 외쳐대고 있다. 그나마 역대 정부의 이 같은 부정부패 추방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 나라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대부분은 권력 차원의 과시적인 구호에 그쳤고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도 많았다.

부정부패 추방은 결국 국민의 의식과 태도 자체가 바뀌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 러자면 결국 부정부패 추방을 위한 법적 제도화와 더불어 시민운동의 조직화와 교육과정을 통한 의식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부정부패 없는 21세기의 한국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태정/ 전국사립대학 교수협의회연합 회장(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