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안은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을 직접 관장하는 통치 스타일에서 '중간 관리 자'를 두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또 동시에 교육, 훈련, 문화, 관광, 과학, 정보 등 여러분야를 인적자원 개발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통령은 '교육부총리' 구상을 교육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고 신년사에 직접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대중정권 출범이래 정부조직 개 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와 노동부 또는 과학기술부와 관련 기능 및 부서 통 합방안들이 이미 2, 3차례 검토되었다.

게다가 교육부는 정부의 조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외교통상부의 해외학술교류 및 재외 국민교육, 노동부의 직업교육훈련,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인력 수급 등을 교육부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보화 시대, 지식기반 사회 즉, 포스트모던 한 사회의 도래는 교육의 내용과 기능, 형태의 전면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영국의 교육고용부, 일본의 문부성(교육, 과학, 스포츠, 문화 진흥 확산), 프랑스의 국민 교육·대학·연구·취업담당부('국민교육부'와 '고등교육연구부'를 통합), 독일의 교육·과학·연구·기술부(일명 '미래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 교육부의 명칭과 기능의 변화가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실감케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를 '인간자원부'로 명칭을 바꾸자는 논의는 인간을 자원으로 생각하 여 인력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삶의 질은 도외시하는 것 같다.

따라서 공교육의 강화를 통해서 평생교육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차 원에서 '평생교육부'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교육을 통한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 없는 정보화시대는 '20대 80의 사회'를 오히려 더 부추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위 주도로 교육부총리제를 추진하는 것은 교육철학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기능주의적 행정조직 개편이다.

교육부총리제 도입계획이 21세기 교육전망과 현재 문제에 대한 총체적 고민에서 비롯 된 것이 아니고 그간 교육정책 실정에 의한 교육위기 타파용, 더 나아가서 지난 4·13 총선을 의식한 교육계 달래기 용이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교육현장의 의견수렴을 통하지 않은 대통령의 선언적 조치는 인력개발시스템 정책 이 유연적 노동 통제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다시 말해서 교육부총 리제는 행정조직의 개편이지만, 교육의 총체적 개혁과 함께 부총리제가 도입되지 않는 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것이다.

교육개혁은 정치개혁, 경제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치와 경제개혁에서 민주성의 원칙을 강조하듯이, 교육개혁도 현장의 민주화가 필수적이며, 이와 함께 국민의 사교육 비를 줄일 수 있도록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가 시급하다.

따라서 교육부총리제는 아직 실행하지 못한 이러한 개혁을 실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은 지식기반 사회에 대비해 점점 더 커지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 즉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이 때 교육부총리는 교육부의 비대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처간의 일을 조 절·통제하는 역할을 전담하는 것으로 위상을 잡을 수 있다.

- 박거용 교수(상명대 영어교육·'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