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성균관대에서 터져 나온 '사찰' 문제에 대해서 어느 교수가 한 말이다.

성균관대의 재단사무국이 저질렀다는 사찰사건에 대하여 교수들은 거의 모두 분개하는 분위기인데 이렇게 사찰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교수도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다만 이 경우에 그 교수가 말한 것은 사찰이 아니라 '감찰'일 것이다.

사찰은 학생시위 현장에 대한 헬리콥터 탑승경찰의 공중사찰도 있고 인공위성에 의한 사찰도 있지만 주로 사상적 동태를 조사처리하는 행위 또는 그 직분에 종사하는 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같은 사상동태 사찰은 비밀리에 진행되다가 영장도 없이 잡아가거나 +승진 승급 해외여행 등 온갖 기회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인권유린이며 온갖 불법적 수단이 따른다.

이와 달리 감찰은 감독관청이 그 대상의 직무수행 상황 등을 조사하고 검사하는 등의 일이며 이는 제도적이고 합법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균관대 사태에 대해서 그 교수가 한 말은 '사찰'이 아닌 '감찰'의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그 교수의 말 대로 재단사무국은 그 학교의 운영자일까?

학사행정의 책임이 총장과 그 아래 보직교수들에게 있다면 재단은 학교의 운영자가 될 수 없다. 인사권은 현행법상 재단에게 있지만 그 이상의학사행정의 책임이나 권한은 재단에는 없다.

그러므로 성균관사태가 사찰이 아닌 감찰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애초부터 불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측이 밝힌 내용대로라면 그것은 사찰이다. 독재정권시대의 사찰은 그래도 사찰기관을 합법적으로 둔 것이었는데 이것은 제도에도 없는 월권적인 행위를 몰래 해왔기 때문에 질이 나쁜 사찰이다.

더구나 그것이 재단에 의한 지배구조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일 수 있는 교수와 강사와 학생들을 특히 살펴왔다면 더욱 비열한 사찰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 사태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만일 재단도 학사행정에 책임있는 운영자라고 가정한다면 사찰이 아닌 감찰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또 그것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 감찰이라는 용어는 너무 위압적이므로 그냥 '감시'라는 다른 용어가 적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감시는 결코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 총장이나 교수나 강사들도 만일 그들이 재단의 감시를 받는다면 그들도 재단을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감시를 당한다면 학생들도 재단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일방적인 감시는 결국 위압적인 감찰이 되고 피감찰자 위에 군림하면 반드시 비리가 저질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서 더욱 야비한 사찰행위가 따른다.

그러므로 재단도 교수들도 학생들도 올바른 책임을 다하려면 반듯이 모든 것이 투명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 전체가 서로 감시하고 서로 감시당해야 옳다.

여기서는 결코 어는 한쪽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대학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 빨리 이 제도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