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그렇다. 심지어 인터넷관련 벤처사업이 마치 신세대의 표징인양 누구나 기회만 있으면 뛰어들 기세다. 교수는 부업이고 벤처사업이 주업이라는 자학적인 발언도 심심찮 게 들린다. 그런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컴퓨터에 매달려 산다. PC방 사업만 봐도 그 렇다. 온갖 음란사이트가 음지에서 횡행하며 어린학생들에게 저지르는 파괴적인 행위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또한 머리 좋은 사람들이라니 21세기의 시작은 인터넷과의 전면적 두뇌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생들이 누구보다 좋아하는 것은 또 컴퓨터 채팅이다. 나도 해봐서 안다. 일단 재미가 붙으면 얘 기 자리를 떠날줄을 모른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채팅중독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없어 지면 손이 떨리는 대신에 마음이 떨린다. 마치 버림받는 기분이다.

그래서 상대방을 잡아두려고 별 소리를 다한다. 이쯤되면 중독증 초기는 넘어선 증상일 것이다. 아침에 연구실에 들어와서 컴 퓨터부터 켠다.

컴퓨터가 말을 안듣는 날이면, 그날 일은 다 그르친 것이나 다름없다. 무슨무슨 바이러스가 있으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라고? 어림도 없다.

거의 자동으로 하니까 경고 따위는 소 용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먼저 전자메일이 왔는지 확인한다. 없으면 이것도 이상한 날이다. 한 개쯤 날려 보내야 시원할 판이다. 이런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라면 분명 중독증으로 넘어가는 중 이다.

컴퓨터로 통신을 하다가 정신이상이 된 경우를 알고 있다. 여대생인데 피부는 희다 못해 투명하고, 잘생긴 얼굴에 핑크 빛의 아름다운 뺨을 하고 있었다. 멍하니 +표정없이 바라보는 눈빛에 나는 그만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모르는 체 짐짓 요즈음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니까 선생님을 처 음 본 것은 언제라면서 그때 기억을 해보니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하면서 얘기의 내용이완전히 혼자서 하는 모놀로그가 되고 말았다.

중간에 얘기를 끊으면 표정없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자신과의 대화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윤기가 감도는 매끄러운 머리와 단정한 옷은 누가 다 챙기고 입혀 주었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이 학생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생각할수록 통탄할 일이었고 나는 절망적인 마음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그 학생의 친구를 통하여 컴퓨터 채팅을 하다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일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고 어느 정도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컴퓨터 채팅을 하면 이야기의 주제를 놓고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이 아니 라 그저 그 순간에 떠오르는 얘기를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대화가 아니다. 줄기가 있는 생각이 아닌 것이다. 이 학생의 +경우뿐만이 아니고 더 복잡하고 심각한 경우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컴퓨터 채팅에서 시작된 문제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고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값진 하나님의 선물은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대화에서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다.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상대방을 살피고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한다.

나의 생각을 주장하기도 하며 상대방에 맞추어 조율하기도 한다. 그러나 컴퓨터 채팅에서는 상대방의 기분도 얼굴도 알수 없으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오로지 그때그때의 생각의 파편들이 여기저기서 두서없이 날아온다. 이렇게 날아드는 누군가의 형편없는 쓰레기같은 생각들은 우리 학생들의 순수한 영혼을 무차별 공격하여 이들의 인격과 영혼은 무차별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세기와 더불어 시작된 무서운 전쟁이다. 상대가 누구인지도 알수 없는, 선전포고가 없 는 전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