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가 2011학년도 입시부터 입학 정원의 38.6%에 달하는 1천200여명을 입학사정관 제도로 선발할 계획이다. 수시 지역균형 선발 인원 753명 전부를 입학사정관제로 뽑고, 자유전공학부 수시 모집 인원의 일부도 같은 방식으로 선발하며, 아울러 정원외 기회균형선발 전형은 지역 할당제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가 차지하고 있는 여러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작년부터 불어온 입학사정관 바람은 올해 미풍을 지나 내년도에는 태풍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제 입학사정관 전형은 대입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입장에선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현실이 되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첫째, 입시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1점, 2점 차로 입시의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이 너무 비교육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공정성을 다루는 측면에서는 그래도 동의할 수가 있었다.
이에 비하여 입학사정관 전형은 내신ㆍ수능 성적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학생의 평소 학교생활, 인성, 창의성과 미래의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므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기가 쉬운 상황이다. 즉, 눈에 보이는 점수로 계량화되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너무나 막연하고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신 성적이 전체 1%로 잘한 학생이 떨어지고 그보다 못한 5% 학생이 붙을 수 있고, 수능 성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할 때, 대학 당국에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합당하게 설득할 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입학사정관 전형 초기에는 지나치게 앞서가기 보다는 현재 전형 방식에서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객관화된 교과 성적이나 수능 성적을 우선시하면서 다른 비교과 요소들을 의미 있게 평가하는 것이 시행 초기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되리라고 본다.
또한 한 학생에 대하여 복수의 사정관이 평가하고, 점수 차이가 의미 있게 발생할 때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입시의 투명성을 위해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많은 입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이들 정보에는 해당 전형에 합격한 수험생들의 교과 성적, 수능 성적, 비교과 활동 영역 등 이 있을 것이고, 신설 전형이라면 당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형 요소나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상 등이 해당된다.
셋째, 전형별로 서류나 면접이 단순화되기를 바란다. 입학사정관 전형 자체가 수험생들의 잠재력, 창의력 등을 평가하려고 보니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정보가 이전에 비해서는 너무나 많다.
특히,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대학에만 치중할 수가 없고 여러 대학에 원서를 넣어야 되는 상황이라면 서류 준비만 하여도 엄청난 시간이 소비되고, 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의 몫으로 떨어지게 된다. 면접의 유형도 지나치게 다양하면 준비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므로 이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끝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이 현재 학습의 열의를 떨어뜨리는 방식이 아니었으면 한다. 오늘도 학교 시험에 밤잠을 설치며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고, 수능 성적을 1점이라도 더 따려고 노력하는 수험생들이 있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자칫하여 미래의 학업 능력을 평가한다는 측면이 오늘의 학업 능력을 간과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하면 커다란 잘못이라 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실시된다고 하여도 합격의 당락을 정하는 기본은 학업 능력에 대한 평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