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누가 어떻게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인가. 물론 국민 각자가 21세기를 잘 대비해야겠지만 대학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미 한 세기 전에 알프레드 마샬은 지식이 가장 강력한 생산엔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지식자본의 중요성은 알프레드 시대보다 어마어마한 비중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한 나라가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보다는 얼마나 아느냐에 의해 경쟁력이 좌 우된다. 대학은 한나라 최고의 지성이 모여있는 기관으로서 지식을 전수·확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전진기지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연유로 한나라의 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해 대학교육과 관련된 지표를 중요한 변수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올초 스위스의 국제경영대학원(IMD)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조사 대 상국 47개국 중 38위로 나타났으며, 이중 대학경쟁력은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인 47위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한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대학은 많지만 대학다운 대학이 부족한 현실이다.

21세기는 우리의 대학들에게 그 상징과 이미지, 기능과 역할, 제도 및 운영체제 등에 있어서 다양 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상아탑(ivory tower)으로 표현되어온 대학의 상징은 지식사회, 정보사회의 도래에 따라 지식·기술의 산실(intelligence or technology +tower)로서 강조되어가고 있고, 대학이 학문자체의 내재적 가치추구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실용적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또한 일정한 연령 위주의 동질적 학생층을 위한 대학교육에서 직장인과 성인 등을 포함하여 다변 화된 수요자의 교육적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대학교육은 또한 +노동집약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소 통의 형태에서 테크놀러지의 광범위한 수용을 통해 기술집약적인 교수-학습이 이뤄지고 초 공간 적인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의 통치도 국가 주도적 관료적 통치모형 혹은 공급자중심의 운영체제에서 수요자의 선택권을 중시하며, 경쟁논리에 기반한 시장통제의 운영방식이 적용돼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상황속에서 21세기를 주도하기 위한 대학은 다음과 같은 제도적 운영적 대 응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고등교육을 통한 평생교육의 실현이 가능한 체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대학에 오는 학생들은 이미 입학 당시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오거나 충분히 성숙된 사람들일 것이며 18세에일제히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당위성도 적어질 전망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직장생활을 하다가 진학하는 경 우도 있고, 취미나 여가의 활용을 위해서 대학에 들어오는 경우 등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이 다양 화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고 고등교육을 받고자 하는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은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이버 대학의 확충, 대학간 네트웍의 구축을 통한 교육,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고등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둘째, 대학을 지식 창출 및 전파의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기업과 연구기관들 이 하나의 복합체 또는 한 울타리 속에서 교육·연구생산 활동을 공동으로 담당함으로써 각 활동 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연구활동을 통한 신기술의 창출 및 이의 활용을 통한 생산으로의 연결은 지식이전을 위해 필수적 이다. 우리 나라에서 이전에 설치되었던 기술 복합단지는 이러한 활동들이 효과적으로 연계되지못하여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첨단분야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지는 많은 대학과 연구기관들 그리고 생산업체들이 한 복합체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지식이전이 이루어지고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있는 대표적 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대학교육의 사회적 적합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교육과정도 임기응변식으로 개편할 것이 아니라, 대학단위로 교육과정개발센터 등의 상설을 통하 여 사회적 요구의 변화와 주기적인 수요자의 요구분석을 통하여 개선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 다.
또한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이수하는 만큼 전공선택에 있어서도 수요자의 선택권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연계전공, 복합전공, 단일전공, 무전공, 주문형 전공 등 다양한 형태의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교육의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 졸업생 능력인증제도나대학리콜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평가도 관주도에서 탈피해 관련학회나 기업 그리고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참여하는 평 가를 실시함으로써 평가의 전문성을 높여나감과 동시에 수요자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제 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대학의 국제화가 필요하다. 우선 대학의 교육 및 연구여건을 국제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 도록 해야 한다. 교수당 학생수가 10명 이내인 선진국 수준과 20명이 넘는 우리나라의 대학은 시 작부터 다른 출발선상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의 교육여건 개선과 아울러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역으로 대학시장 개방 에 따라 국내에 유입되어 들어오는 해외 대학들에 적용하는 규제와 관행을 국제적 수준으로 합리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수와 학생 그리고 교육프로그램의 국제 교류를 활성화하고 국제 관련 연구 및 지역연구 기능을 강화하며 학생들의 어학실력을 보다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다섯째, 대학 경영체제의 개선 및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한번 대학은 영원한 대학이라는 인식에서 전환돼야 한다. 대학경영의 혁신은 인사관리, 재무관리 등 전반에 있어서 이뤄져야 한다. 대학의 행정이 학생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업적위주의 교수인사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또한 보다 경쟁력 있는 경영체제의 구축을 위하여 단과대학별 책임경영제가 정착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기초학문에 대한 보호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 대학이 실용적 인 학문만을 강조하다보면 다양한 학문발전의 기초가 되는 기초학문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초학문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중점지원 방식을 통하여 별도의 육성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 이다.

- 유현숙(한국교육개발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