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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사람다움'이 절실한 시대
하병학 가톨릭대 교양교육원장
경제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여전히 높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가 이룩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경제발전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잃어가는 소중한 것이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물질주의는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은 것은 무가치한 것이라는 인식을 고착시켰으며, 그토록 희망하던 경제발전은 오히려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켰다.

좌우, 노사, 계층 간의 갈등, 사회양극화는 심화돼 어떤 사회문제가 등장하면 합리적인 토론보다 창보다도 더 날카로운 인신공격을 자주 보게 된다. 어느 틈엔가 자살은 하루 평균 35명으로 늘어나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흉악범죄는 날로 기승하고 있다. 물질적 성장을 좇다가 잃어만 가는 인간성 부재 때문이다. 인성교육이 절실한 시대다.

인간성, 사람다움(humanitas)에 대한 교육은 대학 본연의 책무이며, 특히 교양교육의 핵심과제다. 교육·교양의 의미를 지닌 희랍어 paideia를 라틴어 humanitas로 수용했던 역사와 중세 유럽 대학의 ‘7개 자유교양(septem artes liberales)'의 진의가 ‘자유인이 되기 위한 7개 교양’, 즉 모든 선입견과 억압으로부터 독립돼 스스로 사람다움을 형성·추구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성교육을 대학이 담당할 능력이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대학 역시 효율성의 경영논리가 지배하고 있으며, 각종 대학평가에서 정량적 지표 올리기에만 급급한 것이 대부분 대학의 모습이다. 그리고 오늘날 인사·뇌물·평가조작 등의 비리가 만연해 있는 곳 중 하나가 교육계다. 그러는 사이 “내 삶이 한 번 꽃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대학을 거부한다고 한 대학생이 선언했다. 많은 교수들의 강의를 잠시 멈추게 한 사건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건강한 교육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인성교육을 포기할 수 없다.

필자의 생각으로 인성교육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리 모두가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보편적인 덕목들, 예컨대 평화·평등·자유·박애·생명존중·충서(忠恕)·정직 등에 대한 가치이해와 구체적인 실천력 배양이다.

둘째, 우리 사회는 각종 현안에 대해 상이한 입장들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오해·왜곡하고 인신공격과 독설을 내뱉어 소통불능에 빠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법·환경·교육 등 다양한 문제에서의 갈등요인을 분석하고 각 입장의 장단점들을 공정하게 비교 판단해 상호존중의 길을 여는 소통능력과,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행복에 대한 수업이다. 오늘날 대학 졸업자들을 '88만원 세대'라고 한다. 한창 사랑과 낭만에 빠져 있어야 할 푸른 청년들이 입학부터 취업 걱정이다. 취업을 위한 대학생들의 경력개발도 중요하지만, 행복에 대한 설계와 개발이 더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진정 행복해질 것 같은지, 무소유는 못할지라도 소유의 절제를 통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소유하고 싶은 것을 취하고 난 뒤 어떻게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줄 것인지 기획하고 실천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인성교육에서는 감화·내재화·체화가 중요하다. 따라서 대형 강의실에서의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이 사람다운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삶의 현장에 나가 사람다움을 직접 목도하고 자신을 닦을 수 있도록 수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학부선도대학사업‘ 등에서 인성교육의 질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최근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겠다며 대학을 거부했던 김예슬씨가 진정으로 선택하고 싶어하는 대학이 되지 않겠는가!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2010-03-26 오후 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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