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지대 대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결정으로 정상화를 예상했던 사학재단의 구성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사분위는 종전이사에게 재단이사진의 과반수를 배정한다는 원칙을 상지대에 적용하였다. 상지대의 교수, 학생, 직원들은 이 결정에 반발하여 농성 중이다. 그리고 상지대 사태는 드디어 국회 청문회의 대상이 되어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한편 교육관련 사회단체 또한 상지대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비리사학재단복귀반대범국민행동’을 출발시켜 비리사학의 재단복귀를 반대하는 운동을 조직화함으로써 상지대 사태는 전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아마도 상지대 사태는 현 정부의 ‘공정한 사회’라는 새 정책이 어떤 실질적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줄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상지대의 정상화 이후에는 구재단의 독단적 학교 운영, 비리 등으로 1994년부터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어온 대구대의 정상화가 예정되어 있다. 대구대는 이전에 대구시장을 역임하였던 조해녕 임시이사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학생, 직원, 교수 뿐 아니라 동창회와 이전(以前) 재단까지 망라하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영광학원 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가동하여 정상화안을 만들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해녕 이사장 및 정상화추진위원회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종전이사의 권리만을 주장하며 학원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거부한 구재단의 태도로 인해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재단의 구성원들이 보기에는 정상화추진위원회에 대한 참여를 거부하고 독단적인 방식으로 학원 복귀를 시도하는 구재단의 행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정상화추진위원회의 활동은 참으로 지난하고 느린 것이었지만 절차적 합리성을 강조하는 이사장의 뜻에 따라 민주적인 과정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재단과 학교 구성원이 마련한 정상화안은 학교법인 영광학원과 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대구대 총장, 대구대 교수회, 대구대 직원노동조합, 대구대 총학생회, 대구대 총동창회, 영광학원 산하 6개 특수학교, 대구사이버대, 설립자의 장손 이근용 교수 측이 합의한 안으로서 명실공히 참여할 수 있는 학내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여 만든 합의안이다. 물론 이 합의 과정에는 각 단체의 입장에 따라 의견도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타협과 협의를 통해서 만들어 낸 정상화안 인 것이다. 특히 이근용 교수는 대구대학교 설립자의 장손으로서 대학의 실질적 경영자였던 이태영 전 총장이 유훈으로 '영광학원은 이근용 교수에게 맡겨 수고하도록 하고 이사가 되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밝혀 설립자 유족을 대표함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최근 지역 신문 등의 보도와 학내 포털의 소식을 보면 구재단의 일부 친족들이 임시이사장이 만든 재단정상화안이 이른바 ‘좌파 교수들의 학내 장악 음모’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며, 정상화에 참여한 인사들 뿐 아니라 이러한 정상화안을 지지했던 대구 및 경북의 지자체 장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반대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장익현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등 대구·경북지역 지자체의 수장들이 임시이사장이 만든 정상화안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구재단 일부 친족의 반대활동에 합리성이 많이 떨어짐을 보여준다.

사실 대구대의 구성원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 이사진이 되느냐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정상화한 재단이 대구대의 발전과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새로이 들어오는 재단이 대구대의 발전, 나아가 사회의 발전과 구성원의 행복을 방해한다면 또는 방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과연 어떻게 새로이 들어오는 재단이사진이 학교, 나라, 구성원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선험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오로지 선발절차의 투명성과 민주성만이 그 결과를 담보할 뿐이다. 사립학교 재단을 진정한 사회의 재산으로서 인정하고 나라와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역군을 양성한다는 공정한 사명감을 가진 재단의 이사는 그 구성에서부터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추호의 의심도 있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민주적 절차의 무시, 방기, 훼손이 상지대학교 사태를 낳았고, 또 이런 행태가 계속되면 앞으로 다른 학교에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