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강행하고 있는 국립대학 발전계획은 대학의 기능 분화, 총장공모제, 계약제와 연봉제, 특별회계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국립대학 구조조정 계획이다.

'발전계획'이란 이름표만 달고 있을 뿐 기실은 교육재정을 확충하지 못한 교육부가 겨우 2백50억원 정도를 가지고 선별적인 차등지원을 미끼로 40개가 넘는 국립대학들을 구조조정 해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국 국공립대학의 5천명이 넘는 교수들이 국립대학 발전계획에 대한 철회서명에 동참하고, 학생·직원 등 단위 대학의 구성원 대부분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총장들은 각 대학별 자체발전계획들이 마치 구성원의 합의를 거친 것처럼 허위로 표기한 채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렇게 제출된 각 대학의 자체발전계획들은 획일적일 뿐 아니라 모순적이고 허구적이 며 기만적이다.

첫째, 교육부의 일방적인 지침에 따라 작성된 각 대학의 발전계획들이 하나같이 똑같다. 창의성이나 다양성을 찾아볼 수 없는 각 대학의 자체발전계획들은 문제해결이나 대학 발전은 고사하고 오히려 국가적인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시킬 것이다.

둘째, 교육부의 발전계획 내용이 모호하거나 모순적이다. '중점지원분야'와 '보호육성분야'를 혼동하도록 '중점육성지원분야'란 표현을 쓰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비교우위에 의한 집중과 선택의 논리를 강변하고 있다. 이는 일부 교수들이 오해하고 있듯이 지원이나 육성이 발전계획의 중요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

셋째, 각 대학이 자체발전계획 수립과정에서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각 대학의 자체발전계획 작성자들은 구성원들의 의견조사결과와 상반된 획일적 계획안을 만들어 놓고, "설마 그대로 실행되겠느냐"고 변명하고 있다. 두달만에 급조된 각 대학의 발전계획안은 단지 교육부 제출을 위한 교육부가 요구하는 구조조정 계획서로, 그야말로 허구적인 강요된 자백서에 불과하다.

넷째, 중점분야 선정과정에서 각 대학은 해당 분야 교수들의 지원신청을 받기 위해 마치 대학 자체의 기금을 마련해서라도 지원할 것처럼 기만하였다. 중점분야 선정을 통한 집중과 선택에 의한 지원방식이 결코 대학발전에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당장 몇십억의 재정지원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각 대학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부조차도 재정확충 계획을 제 시하고 있을 뿐, 육성지원을 위한 예산을 아직 확보하고 있지도 않은 실정이다.

다섯째, 책임운영기관화나 계약제·연봉제 등 교육부의 '자체 발전계획 작성기준' 상의 제외사항들은 당장 다음 학기로 계획되어 있는 추진과제인데도 마치 유보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는 대학성원들의 반발과 저항을 회피하여 각 대학이 자체발전계획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부의 기만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교육부 담당자조차도 자리에 따라 말을 바꾸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대학 성원들의 자율적 합의에 근거하지 않은 자체발전계획은 그 정당성 뿐 아니라 실효성 마저도 가질 수 없다. 교육부에 접수된 각 대학의 자체발전계획은 대학성원들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모두 원천 무효이며, 교육부가 국립대학발전계획의 대전제인 기능분화 개념을 폐기한다면 교육부의 국립대학발전계획 자체가 존립할 수 없는 것이다.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