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딸 수 있다고 믿어진 KS마크지만 새로 부활할 지 모르는 그것은 노력하는 수재들의 상징이기보다는 부유층의 상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서울대가 반 이상은 부유층 출신일 뿐만 아니라 자립형 사립고도 부자들이 주로 가는 귀족학교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하겠다는 30개의 자립형 사립고는 등록금이 일반 사립고의 3배다. 그리고 교과목은 국영수 등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 외에는 학교별로 마음대로 정한다. 그러므로 지금도 입시준비 위주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학교가 많으니 자립형 사립학교가 더욱 입시준비로 교과목을 몰아갈 것은 뻔한 일이다. 그리고 비싼 돈 들여가며 자식들을 일류대 명문대로 보내기 위해서 어릴 적부터 우리나라 만큼 부모들이나 학생 당사자들이 필사적인 나라가 없는데 그런 목표도 없이 자립형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애쓰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등록금 3배만이 아니라 과거에 경기고 서울고로 보낼 때처럼 자식들에게 더욱 시험지옥의 고통을 가중시켜가며 사립고로 보내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대가로 바라는 것은 오직 일류대 학벌이다. 비정상적인 교육과 돈의 경쟁이 낳는 학벌….

결국 이것은 그동안의 고교평준화의 해체이며, 그동안 고교평준화가 고교의 저질화만 가져왔다고 반론을 제기하는 일부 무책임한 여론에 교육부가 또다시 굴복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대학 입시지옥에 다시 고교입시 지옥이 가중되고 사교육비가 가중되고 결국은 부유층만 명문고, 명문대의 심볼마크를 따고 뽐내는 세상이 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KS마크처럼 남보다 노력하고 남보다 똑똑했던 학생들이 명문대 명문고의 엘리트 마크를 얻던 시절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엘리트가 어디서나 대접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하는 사회가 활력에 넘치는 사회니까.

그런데 앞으로 만일 자립형 사립고가 만들어진다면 이곳 학생은 신분적으로 부유층이라야 된다. 등록금부터 3배 이상 내야하고, 때로는 비밀 고액과외도 하게 될 터이니까.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서울의 강남쪽, 그 중에서도 이 나라의 부유층이 가장 많은 강남구 서초구 출신이 가장 많이 서울대로 가고 있고 그쪽은 고액과외가 가장 많기로 소문난 곳이니까.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학도 부유층의 일류대 세습화가 명백해져가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는 고교까지 합세하면서 더욱 빈부계층에 의한 학벌의 서열화 계급화가 심화될 지도 모른다.

공장에서 찍어낸 주화(鑄貨)처럼 황금으로 부어만든 그것이 위조가 아닌 진짜 금화노릇을 해준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자면 그렇게 제조된 엘리트들이 좋은 자리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이 사회는 병든 사회다. 돈으로 찍어내 만들어진 엘리트의 사회는 결국 위조화폐가 판치는 사회임을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이 문제를 좀더 신중히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