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마 속 같던 금년의 무더위도 계절의 변화에는 어쩔 도리가 없나보다. 벌써 아침 저녁이면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으니. 우리는 이렇게 8월의 무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가을을 맞이하는 캠퍼스에서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교수님들을 뵙게 된다. 오랫동안 학교를 비웠으니 이제부터 다시 강의실과 연구실 도서실을 오가며 학문에 열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이기는 하지만 강의 진행도 안되고 오히려 한여름보다 더 뜨겁게 열대야가 계속되는 캠퍼스도 있을지 모른다. 2학기 개강을 열흘쯤 앞두고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 감사 발표 내용이 아무래도 찜찜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얼마나 철저하고 공정하게 특히 말썽 많은 사립대에 대한 감사를 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정도면 어느 정도의 책임은 다 한 셈이다.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감사 내용은 사립대 재단 이사진에 의한 교수 임용 비리이며 덕성여대는 재단이사장에 의한 횡포가 가장 심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사립대 재단에 대한 감독관청으로서의 징계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제된 이사장에 대해서는 경고처분에 그쳤다. 옐로우카드만 보여주고 틸드에서는 계속 뛸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덕성여대 박원국 이사장의 경우에는 이미 교육부로부터 해임된 경력이 있지만 집요한 '투쟁' 끝에 다시 복귀한 후 부총장 등 보직교수 6명을 해임하고 교수 신규임용에서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는 등 다시 횡포를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농성시위가 방학 중에도 계속돼왔고 교수가 교육부 정문 앞에서 벌이게 됐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런 사학 재단 이사장에게 경고처분만을 내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가 필드에서 계속 뛸 수 있도록 면죄부만을 준 것이라고 하더라도 교육부만 탓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의 인사권은 재단에 있는 것이 현행 사학법이니까. 그래서 일부 사학재단이 꼭두각시 총장, 꼭두각시 학처장 등을 내세워 교수임용은 물론 교과과정 하나까지 모두 마음대로 조정하며 실제로 월권을 행사해도 법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이런 악법을 만든 저 여의도 의사당에 있는 것이며 그들을 배후조정한 실력자들은 물론 학생등록금으로 배를 채워온 일부 사학재단일 것이다. 과거에도 덕성여대를 비롯한 일부 사학재단들이 악법 제정을 위해 로비를 분담했던 국회 문공분과위(당시 위원장 정대철) 명단이 폭로된 일이 있으니까. 이렇게 본다면 문제의 해결은 저 금배지들을 잡아다 정신 교육을 시키는 일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도 법이 있어야 하고 법은 그들이 만드니까.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덕성여대 교수가 교육부 앞에 나가 관선이사 파견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감사결과 비리가 밝혀진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분규가 터지고 수업이 안된다면 교육부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서 당연히 감독관청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