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균관대가 기부보험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학가에 기부보험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기부보험을 도입한 대학들 중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성균관대는 삼성생명과 기부보험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2005년 11월 서울대가 첫 도입한 이후, 기부보험을 도입한 대학은 총 6개 대학으로 늘었다.
기부보험, 새로운 모금기법으로 '주목'
기부보험은 생존 시 일정기간 보험금을 납입, 사망 후 수혜자로 지정된 기관에 보장금 전액을 기부하는 보험이다. 보통 시민단체나 대학 등 비영리 기관을 수혜자로 지정, 월 1만~3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낸 뒤, 사후에 이에 대한 보장금이 기관에 기부금으로 지급된다.
이런 방식은 소액의 보험료로 사후 거액의 기부금을 기대할 수 있어 대학의 새로운 펀드레이징 기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23일 기부보험을 도입한 성균관대의 김준영 부총장은 "기부자가 월 2만~3만원씩만 납입하면 대학에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게 되고, 예측가능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부모금 도입 2년째를 맞고 있는 대학가에서는 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대학가에서 기부보험을 가장 먼저 도입한 대학은, 2005년 11월 교보생명과 협약을 맺은 서울대다. 이어 한국방송통신대(2006년 5월), 인하대(2006년 6월)와 성결대(2006년 7월), 한림대(2007년 6월), 성균관대 등이 뒤를 이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중 가장 괄목한 만한 실적을 기록한 곳은 서울대로 지난 2년간 200여명의 가입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서울대 이외의 다른 대학의 경우 대부분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일부 대학은 ‘사업 중단’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정도.
지난해 6월 기부보험 제도를 도입한 인하대의 경우, 최근 사업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기부보험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게 없다"며 "조만간 이 제도를 없앨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의 실적 저조는, 기부자가 사망한 다음에야 기부금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생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부보험 보다는 생전에 대학에 기부를 하고, 학교 측으로부터 상응한 대우와 혜택을 받고 싶은 것이 기부자들의 정서라는 얘기다. 인하대 관계자는 "가입한 사람이 사망해야 학교로선 기부금 수입을 얻을 수 있어 동문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 같다"며 "심지어는 '왜 재수 없게 그런 얘길 하느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동문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서적 거부감으로 실적은 저조
지난해 7월 이 제도를 도입한 성결대도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실적은 올리지 못해 고민중이다. 성결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기부자의 입장에서나 학교 입장에서 당장은 기부금이 발생하지 않는 난점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의 실적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통신대도 성적이 부진하긴 마찬가지. 한국방송통신대 김재형 발전기금 담당은 "제도 도입 당시 일시적으로 관심이 모아졌지만 가입자 수가 쉽게 늘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보험 형태로 사후에 지급되는 기부 방식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보험회사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대학들 중, 사업 보류를 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고려대는 최근 학교를 방문한 교보생명 관계자들로부터 기부보험에 관한 설명을 들었지만, 검토 끝에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외협력처 박종은 차장은 "기부보험은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우리사회가 기부보험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이 돼야 하는데 아직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부보험을 앞서서 도입한 대학들이 대부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사회적 환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학관계자는 "기부보험도 매달 소액의 금액을 기부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사후에 기부금이 발생하는 점에 더 의미를 두니까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해야
실제로 서울대, 인하대 등 4개 대학과 협약을 맺고 있는 교보생명에 따르면 가장 일반화된 상품의 보험료는 매월 1만~2만원 정도다. 교보생명 커뮤니케이션팀 지상욱 대리는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매월 1,2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20년 납입한 뒤 사후 1,000만원을 기부하는 상품"이라며 "적은 금액으로도 1,0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는 점은 기부문화 확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부보험이 소액기부 문화 확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성급함도 문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기부자도 그렇지만, 자신의 재임기간 거액의 모금을 목표로 하는 대학 경영자도 문제"라며 "기부보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성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입 2년간 200여명 가입'이란 성과를 거둔 서울대도 "장기적 안목과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부자 연령대가 대개 50대 중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10년 이후에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인내를 갖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8일 기부보험을 도입, 한 달 만에 35명의 동문과 교직원들이 가입한 한림대도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외교류과 최석교 계장은 "기부보험 제도의 도입 취지는 단기간의 기금 확충 보다는 전반적인 기부문화의 확산을 도모하는데 있다"며 "소액으로도 사후에 대학에 기부가 가능하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림대는 기부보험 도입을 위해 1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가지며, 앞서 시행한 대학들의 사례를 분석했다. 제도 시행 이전에 동문회, 보직교수들과 협의를 거친 것도 이 때문. 최 계장은 "동문회는 학교 발전기금 확충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만큼 기부보험에 대한 동문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입자와 수혜자를 모두 학교로 설정함으로써, 기부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이 돌아가게 했다. 전재규 대외교류과장은 "기부자에게 받은 소액의 금액을 학교회계상의 기부금으로 돌리고, 보험료는 학교가 내는 형태"라며 "이는 기부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하영·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