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4일 2008학년도 정시모집 내신 실질반영률 30% 미만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제재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대상 대학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7월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내신 갈등 담화문을 발표할 당시엔 ‘제재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기보다 이미 발표된 반영률대로 정시모집을 진행하겠다는 입장. 특히 이번 발표의 타깃인 주요 7개 사립대는 교육부의 행·재정 연계 방침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기존 내신 실질반영률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인문계 22.2%, 자연계 22.76%의 반영률을 확정한 연세대 이재용 입학관리처장은 “입시가 진행 중이라 교육부 방침에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도 “이미 발표한 정시모집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은 고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학 입장에선 최선을 다해 내놓은 내용이고 대학의 신뢰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기존 정시모집 전형요강대로 진행하겠다. 입시가 끝난 후에 다시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시 ‘가’군 23.64%, ‘나’군 23.08%의 반영률을 결정한 성균관대 박종국 입학관리팀장도 “이미 확정된 내신반영률대로 입시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행·재정적 제재가 있다 하더라도 입시가 끝난 뒤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일찌감치 17.96%의 반영률을 정한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7월 교육부총리의 담화문과는 말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학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처장은 “교육부가 일부 사립대들을 타깃으로 행·재정적 제재를 강행한다면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못받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입장 선회가 아닌, 명백하고 일관된 기준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반영률 21.28%를 발표한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도 “교육부가 7개대와의 싸움을 선포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처장은 “교육부 방침이 행·재정적 제재 연계로 선회했지만, 그간 하도 얻어맞아서 웬만한 것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우선 지켜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문계 23.5%·자연계 28.6%의 반영률을 결정한 이화여대 박경미 입학부처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교육부가 제재한다면 대학이 무슨 힘이 있어 대응하겠느냐”면서 “현 시점에서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정시모집을 목전에 둔 수험생 입장을 고려하면 발표한 전형요소를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문계 23.5%, 자연계 24.01%를 반영률로 정한 한양대 차경준 입학처장도 “아직 구체적인 제제안이 나온 것도 아니고, 제제 여부도 정시모집 이후에나 결정될 것이므로 지금 입장을 말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밝혔다. 역시 30% 미만인 현 내신반영률대로 정시를 치르겠다는 얘기다.
반영률을 23%로 정한 한국정보통신대(ICU) 유형균 교학처장은 “올해는 23%로 정했지만 장기적으로 교육부 요구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고, ‘가’군 29.2%·‘다’군 21%의 반영률을 확정한 한성대 관계자도 “교육부 지침에 따르려고 최대한 노력한 것으로, 향후 별도의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시모집 전형 일정이 몇 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학들이 내신 실질반영률을 올리는 등 전형요강을 재조정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 때문에 이를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행·재정적 연계 방침을 들고 나온 의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대부분 대학이 공개하지 않은 ‘등급간 점수차’ 조정과 관련된 압박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미 발표된 내신 실질반영률 조정은 어렵지만 등급간 점수차를 적절히 조정하면 내신 비중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30% 미만일 때 무조건 제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년 전형 결과를 보고 제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교육부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문흥안 건국대 입학처장은 “그간 교육부는 입시 일정이 끝난 후 경고를 했었다. 이번 발표도 엄포일 수 있다. 실제 행·재정적 제재가 가해질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문 처장은 “교육부와 대학간 다툼은 시비를 가릴 성격이 아닌, 양자 모두의 책임”이라며 “양자간 갈등이 재연되면 안된다. 정시모집을 목전에 둔 수험생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하영·부미현·김봉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