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가짜 학위 사건'이 낳은 각종 의혹
배후ㆍ외압 없으면 설명안되는 대목 수두룩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외압, 배후설이 힘을 얻게 됐다.
지금까지 신정아씨 사건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수십 가지가 있으나 이를 크게 분류하면 ▲학력위조 경위 ▲동국대 임용과정 ▲스페인 아르코 큐레이터 선임 과정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 과정 ▲학력위조 은폐 의혹 등으로 나뉜다.
이런 의혹들을 들여다 보면 신정아씨가 일일이 '맨투맨'으로 뛰어서 일을 꾸몄다고 보기는 힘든 것들이 많아 신씨 사건 배후에 힘있는 인사가 있거나 신씨와 친분이 있는 인사 일부가 '조직적 은폐 시도'를 도왔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 학력위조 경위 = 사건의 시발점이긴 하지만 신씨가 현재 미국 체류중이어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신씨가 "논문 표절은 사실일 수도 있으나 학위는 진짜다"라는 주장을 폈던 점으로 점으로 미뤄 전문적인 학위위조 브로커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신씨가 2005년 8월 동국대에 위조 서류를 제출했다는 것, 2005년 9월 초 동국대에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 명의의 가짜 증명서를 제출한 것, 같은 달 하순 동국대가 가짜 확인서를 팩스로 받은 것 등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의 전부다.
◇ 동국대 임용 과정 = 일개 사설 미술관의 큐레이터에 불과하던 신씨가 미술계의 거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동국대 교수 임용 과정도 의혹 투성이다.
신씨가 위조 학위를 내세워 2005년 9월 임용될 때부터 가짜 학위 의혹이 대학미술협의회 등 미술계에서 나왔고 동국대 교수 등 학내 인사에게도 의혹이 전달돼 반대 의견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동국대가 임용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국대는 신씨가 필수 서류인 성적표 등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용을 강행했고 임용 이후에도 이를 제출받지 않았다.
관례에서 크게 벗어나고 규정에도 어긋난 이런 임용 절차의 문제점이 과연 실수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어 관례와 규정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동국대는 7월 20일 자체진상조사결과 공식발표에서 "홍기삼 전 총장이 과욕으로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생긴 일"이라며 홍 전 총장에게 책임을 돌렸으며 외압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국대는 자체조사 과정에서 의혹 제기자인 장윤스님이나 2005년 당시 이사장이었던 현해스님 등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가 하면 의혹 은폐 과정에 연루된 교내 인사 상당수를 조사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등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동국대가 자체조사결과 발표에서 신씨로부터 학술진흥재단의 박사학위 신고필증을 제출받지 않은 이유와 영배 이사장의 신씨 임용 과정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해명을 내놓았던 점도 의문을 증폭시켰다.
◇ 스페인 아르코 큐레이터 선임 관련 의혹 = 올해 2월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에 앞서 한국 주빈국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신씨가 지난해 하반기 4개월 정도 큐레이터로 활동한 것과 관련, 신씨가 큐레이터로 활동하게 된 배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아르코 아트페어 주빈국 행사는 첫 커미셔너 김선정씨가 정부와 극심한 갈등 끝에 사퇴하고 김정화씨가 후임 커미셔너로 촉박하게 임명돼 참가 화랑 선정의 업무가 남아있었던 상황이었다.
당시 스페인조직위측에서 스페인측 큐레이터를 파견해 화랑 선정을 맡겠다고 밝히자 우리 측에서도 큐레이터를 선정, 공동 큐레이터제로 참가화랑을 선정하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신씨가 발탁됐다.
김정화 커미셔너는 당시 상황에 대해 "김홍희 광주비엔날레 전시감독과 이현숙 화랑협회 회장 등 미술계의 자문을 구한 결과 신씨 등 몇명을 추천받았고 신씨에게 의사를 타진했더니 흔쾌히 수락해 일을 맡기게됐다"며 "그 후 공동큐레이터 제도가 유야무야되면서 신씨도 중도에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전했다.
김정화 커미셔너는 "당시 큐레이터직은 화랑들 사이에서 참가권을 놓고 첨예하게 갈등이 빚어지던 상황이어서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힘든 일이었던 만큼 그 자리를 맡도록 하기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주장"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 의혹 = 신씨 사기행각의 정점이었던 7월 4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 경위와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소위원회가 5월4일과 22일 열었던 1,2차 회의에서 신씨가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는데도 3차회의에서 신씨를 포함한 후보 전원을 한갑수 전이사장에게 추천하기로 결정하고, 한 전 이사장이 신씨를 최종적으로 낙점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다.
선정소위원회는 2차회의에서 김승덕, 박만우씨를 후보로 압축했으나 2차 회의 후 김승덕씨가 외국인 공동감독 지명권을 달라고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해 박만우씨만 남은 상태였다.
그러나 선정소위는 3차 회의에서 박만우씨 이외에 다른 1명을 추가해 이사장에게 추천하는 대신 신정아씨를 포함해 후보 전원을 추천,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특정 위원이 신씨를 적극적으로 밀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전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9월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사장으로서 직접 후보자들과 접촉, 면접,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한 전 이사장은 또 박광태 광주시장 겸 비엔날레 재단 명예이사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부인했으며, 한 이사장 자신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윤스님이 신씨를 두둔하는 전화를 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장윤스님이 반어법이었다고 말한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 은폐 의혹 = 올해 2월 동국대 이사회에서 신씨 학력위조 의혹이 폭로된 후 이 의혹이 학교 바깥에 퍼지지 않도록 동국대 관계자들과 유력 외부 인사들이 '손을 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신씨의 학위가 가짜임을 알면서도 신씨 편을 들었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지만 어쨌든 이들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가 신씨의 사기행각을 은폐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동국대 전 이사인 장윤스님은 2월 15일 이사회에서 신씨 학력위조 의혹을 폭로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3개월여 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해임됐다.
이후 7월 초까지 홍기삼 전 총장, 임용택(법명 영배) 이사장, 임학규(법명 영담) 이사, 오영교 총장, 한진수 부총장,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 등 학내 인사들이 신씨를 옹호하거나 의혹을 제기한 장윤 스님을 공격하는 발언을 했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7월 초 장윤스님에게 지인을 통한 전화연락을 취하고 직접 만나 이 문제를 거론하는 등 신씨 학력위조 의혹 은폐 시도에 연루됐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 입력 : 07-09-10 오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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