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BT 산·학·연·관 클러스터를 조성 중인 오송생명과학단지(이하 오송단지) 지역 대학 입지가 난관에 부딪쳤다. 지금까지 오송단지 입지 의사를 밝힌 지역 대학은 각각 생산시설용지와 대학용지를 신청한 청주대와 충북대로, 주관부서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보건복지부와 큰 견해차를 보여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는 오송단지의 생산시설용지에 의·생명공학연구소 건립을 확정한 데 이어 대학용지에도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설립 의사를 밝혀 “우선권을 가져야 할 인근 지역 대학보다 명문대가 부지를 독차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충북 청원군 일대 약 463만 2천㎡(140만여평)에 자리잡은 오송단지는 △국책기관 △생산시설 △연구시설 △대학 △공공시설 용지 등으로 개발된다. 2010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 질병관리본부, 국립독성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5대 국책기관을 비롯해 BT대학원·기업·연구소·관련지원시설이 들어설 전망으로 집적이익의 장점을 지녔다. KTX 개통시 서울에서 40분 거리에 경부선·호남선의 분기점이란 이점 덕에 대학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청주대는 5월 초에 대학 R&D 연구소가 들어설 수 있는 ‘생산시설용지’ 9만 9000여㎡(3만여평)에 대한 설립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기각됐다. 산단공이 심사 과정에서 5천여평 규모로 줄일 것을 요청했으나, 청주대가 원래 입장을 고수하자 입지 신청 자체를 취소한 것이다. 이에 청주대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청주대가 반발하는 주된 요인은 형평성 논란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에 약 40만평 규모의 우선협상 1순위 대학으로 선정된 고려대가 오송단지에서도 명문대 프리미엄을 누리며 의·생명공학연구소 설립을 확정지은 데 반해, 청주대는 “3차 분양에 단독 응찰했음에도 연구센터 설립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청주대가 신청한 부지는 타 기관들이 입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땅임에도 불구, 산단공이 규모 축소안부터 먼저 제안한 게 불만을 샀다. 설립 계획을 엄밀히 평가해 내용이 적합하지 않거나 불필요하다는 판단 후에 부지 축소를 고려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는 주장이다.
산단공 측은 ‘생산시설용지’에는 기업 입주가 1순위라 대학 연구소 부지를 크게 책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주대 측은 “아직 용도가 확정되지도 않은 땅을 못 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1만평 규모의 고려대보다 더 많이 주기는 곤란하다는 속내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청주대 관계자는 “신청한 내용 자체에 대한 심사보다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면서 “입지를 고려하던 수도권 대학들이 계획을 백지화한 마당에 지역 대학과의 공조가 필요하다. 타 대학이나 기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충북대는 2002년에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와 오송단지 내 의·생명대학원 설립을 골자로 하는 MOU를 체결했지만, 재원 조달 문제로 아직 본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MOU 유효기간인 1년이 지났으므로 충북대가 우선권을 상실했다고 판단, 본 계약시 토공으로 하여금 총괄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상황이다.
충북대는 일단 추이를 지켜보면서 충청북도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협력한다는 입장. 충북이 오송단지 부지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신청, 선정 작업이 진행되는 내년 5월 이후에야 토지 이용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수조원이 투입될 첨단의료복합지를 오송단지에 유치한다면 자연히 오송캠퍼스 본 계약 체결도 손쉬워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원 조달 방식은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충북대 김경석 기획처장은 “1700여억원의 예상 재원 중 320억원 가량을 자체 충당하고 300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며 “BTL·BTO 사업 등 민자 유치를 비롯해, 충북대가 확보한 부지를 유관기관이나 타 대학과 함께 활용하면서 개발이익을 공동부담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지지부진한 협의 속에 고려대가 토공 측에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입지 의사를 타진해 논란이 확대됐다. 그간 서울대·성균관대 등이 오송단지 입지를 검토하다 최근 잠잠해진 것과는 달리 고려대는 조치원캠퍼스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워 충북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형편이다.
지역 거점 국립대라는 이점에 MOU 체결로 토공과 계약시 우선 협상 대상자라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지만, 정작 오송단지 건설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가 이를 부인한다면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역 대학인 인천대·인하대보다 연세대의 입지를 우선 결정한 송도 국제신도시의 사례에서 확인했듯 명문대 유치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고려대의 경우 행정도시 입지에도 예산이 2000억~3000억원 가량 소요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오송단지에까지 입지할 재정은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고려대는 이미 약 40만평 규모의 입지를 논의 중인 행정도시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지자체 장 입장에서는 ‘업적’ 때문에라도 명문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된 시점임을 감안하면, 기존의 지역 대학 입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