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자산운용 '머리 굴리기'
내달부터 주식투자 가능해져 기대와 고민
'사학투자풀' 비용 절약·‘규모의 경제’ 효과 기대
“자산운용 노하우 축적엔 한계” 지적도
오는 11월부터 대학들의 주식 투자가 가능해 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자산운영에 대한 대학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제7조)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자산운영은 ▲금융기관에 맡기는 예금·적금과 ▲금융기관이 발행 지급 보증한 채권 등에만 투자할 수 있다. 대학들의 주식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이러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이 개정된다는 얘기다. 교육부 사학지원과 김용관 사무관은 “지난 6월 말 교육부총리가 수도권대학 총장간담회에서 자산운영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데에 대한 후속작업으로 늦어도 올 연말까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0년부터 실질적으로 기금이 적립되기 시작한 국내 대학의 기금 운영수익률은 현재 5% 미만이다. 주요대학의 ‘2006년도 결산재무제표’에 나타난 자금운영 수익률에 따르면, 5%를 넘긴 대학이 하나도 없다. 누적 적립금이 자장 많은 이화여대(5300억원)가 3.30%이고, 2930억원으로 적립금 규모 2위인 홍익대가 3.4%에 머물렀다. 한양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은 투자수익률이 1%대에 머물렀다. 국내 대학의 상당수가 적립금 운영으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협회 김정수 회원업무팀장은 “대학들은 향후 10년 후 입학자원이 현저히 줄어드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며 “예금이나 채권에만 투자하는 자산운영으로는 다가올 미래에 대비할 수도 없고, 계란을 나눠 담아야 한다는 투자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적립금을,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공유하고 있다. 신경식 이화여대 재무부처장은 “자금이 잘 운영되면 대학 재정이 좋아지고 미래에 소요될지 모를 재원을 미리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현재까진 은행 예금이나 채권 중심으로 투자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률을 높이는 쪽으로 투자 방법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규 홍익대 경리과장도 “적립금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결국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도 줄어든다”라며 “현재는 안정적인 예금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지만, 교육부에서 규정을 바꾼다면 투자 다변화를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에 자산운영 개념이 도입된 것은 기껏해야 5년 정도다. 아직 제도적 뒷받침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높은 운영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 그러나 자산 운영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은 이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28%)을 기록한 예일대의 경우 다른 대학들이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만 몰두할 때 대안투자에 선도적으로 나서면서, 225억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적립금을 모을 수 있었다. 대안투자는 주식·채권과 같은 전통적 투자수단 이외의 상품, 즉 에너지, 귀금속, 농산물, 부동산,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예금과 채권에만 치우친 국내 대학가에서 누가 선도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느냐에 따라 10년, 20년 후 적립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채권연구원 이태호 이사는 “한국 대학의 현실상 투자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어느정도 노하우가 필요한 대안투자에 곧바로 나서진 못할 것”이라며 “일단 주식 투자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이와 함께 대안투자를 시범적으로 병행 운영할 수는 있다”고 조언했다. 예일대나 하버드의 경우 대안투자의 비율을 40~60%로 설정하고, 주식 30~40%, 채권 5~13%로 잡고 있다. 국내 대학의 경우 투자규제가 풀리면, 일단 주식에 대한 투자 비율을 늘리고, 대안투자의 비율을 1~2% 설정, 시범 운영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대학들의 자산 운영 방법을 뜯어보면, 전문성과 자율성이 돋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23%의 수익률을 기록한 하버드의 경우 1974년부터 하버드 메니지먼트 컴퍼니(HMC)를 설립해 기금운영을 맡기고 있다. 예일대도 투자위원회에서 펀드 위탁관리 형태로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공통적 특징은 자산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학교당국으로부터 자율성을 갖고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으로선, 대학마다 전문성을 갖춘 자산 운영팀을 만들어 운영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사립대학 투자풀(통합펀드)’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증권업협회는 ‘사립대학 투자풀’을 연기금 투자풀에 가입시키는 방안을 놓고 기획예산처와 협의 중이다. 연기금운용풀은 정부·공기업이 운영하는 개별 기금을 통합·운용하기 위해 2001년 설립됐다.
‘사립대학 투자풀’은 각 대학이 전문적인 자산운영팀을 꾸리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규모의 경제’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태호 이사는 “대학들마다 전문성을 가진 자산 운영팀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사립대학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투자풀’을 꾸리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들이 '‘사립대학 투자풀’에 적립금을 위탁함으로써 기금 운용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한 자산운영전문가는 “사립대가 직접 대략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 이를 직접 자산운용사에게 맡겨, 때때로 보고를 받으면 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라며 “더욱이 사립대학 투자풀에 맡기면, 작은 규모를 위탁한 대학은 투자풀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도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전문가 1~2명이 자산운용사들을 경쟁시켜 수익률에 따라 돈을 맡기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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