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에 따라 마련 중인 가칭 ‘변호사 시험법’이 기존 사법시험과 유사해 변호사 자격 취득 제한을 통해 로스쿨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변호사 자격 취득을 어렵게 해 합격률을 낮추면 ‘고시 낭인’이 ‘로스쿨 낭인’으로 바뀔 뿐 법학교육과 법조인 자격취득을 연계시켜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법조인 수를 늘리겠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없게 된다.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등이 구성한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로스쿨 비대위)는 1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로스쿨 시대의 변호사 인력 양성체계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7월 꾸린 ‘변호사 시험법 제정 실무위원회’에 한국법학교수회 추천 몫으로 참여한 이상수 서강대 교수는 실무위에서 마련한 ‘변호사 시험법’ 시안이 “과목도 거의 동일하고, 형식적인 것만 보자면 현행 사법시험과 유사해 최악의 경우 일본 신사법시험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보다 앞서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총 입학정원에는 제한을 두지 않지만 로스쿨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사법시험 합격률이 40%에 머물러 ‘로스쿨 낭인’이 속출하자 ‘실패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변호사 대량 배출, 법학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합격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법무부가 마련한 실무위 시안에서는 ‘교육과정과의 유기적 연계 하에 시행’ 정도로 현하고 있어 최소 합격률 보장이 애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험문제의 출제방향과 기준, 합격자 결정 등을 관장해 변호사 시험의 실제 운영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변호사 시험관리위원회’ 구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법학교수 4명, 판사 1명, 검사 1명, 변호사 4명, 학식과 덕망 있는 자 2명 등 13명으로 구성되는데 과반수가 넘는 7명이 법조계 인사다.
토론자로 나온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로스쿨이 도입돼도 앞으로 상당 기간은 특권의식을 가진 과거 사법시험 출신 법조계가 로스쿨까지 통제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법학교수의 경우도 법무부장관이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법학교수회나 앞으로 구성될 로스쿨협의회 추천을 받은 교수들이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칭 ‘변호사 시험법’을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강도 높게 제기됐다. 한 교수는 “(변호사 시험법)목적에 ‘학식 및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 등을 검정’한다고 되어 있는데, 시험의 범위를 넓히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변호사 시험’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시험’이라는 점을 명칭에서부터 분명히 하고, 시험과목과 수준도 로스쿨 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은 사람이라면 누가 풀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는 “변호사 자격시험은 단순히 변호사 자격을 어떻게 주고, 시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는 기술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 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한다”며 “시험의 응시자격과 내용, 방법이 로스쿨 교육과 연계되어야 하고, 자격시험 역시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과 자질을 확인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총 입학정원 때문에 로스쿨이 탈선 위험에 처했는데 변호사 자격시험법에 의해 통제되면 로스쿨이 또 다시 탈선할 수 있다”며 “변호사 자격시험법에 의해 자격취득을 제한하면 또 한 번 로스쿨이 탈선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김도현 동국대 교수 역시 “자격을 취득한다고 해서 반드시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변호사 시험법보다는 변호사 자격법, 자격시험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상수 교수는 “법학계는 시험에 의해 로스쿨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법조계는 시험 쳤을 때 형편없이 교육됐다면 어떻게 합격시켜 주느냐, 시험을 쳐야 공부를 많이 한다며 질 문제를 계속 파고든다”며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과 근거를 담보하지 못하면 사법시험이 자격시험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재옥 중앙대 법대 학장(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장)은 “로스쿨이 취지를 살리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로스쿨 진입장벽, 즉 총 입학정원도 확대해야 하지만 변호사 진입장벽, 자격시험도 완화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윤 로스쿨 비대위 공동상임고문도 “변호사 자격법이 제대로 제정돼야 로스쿨이 바로 정착된다는 데 깊은 뜻이 있다”며 “로스쿨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변호사자격법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핵심이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14일로 변호사 시험법 제정을 위한 실무위원회 활동을 마치고 향후 본위원회를 구성해 실무위 시안에 대한 검토와 법안 마련 등의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 별도로 상위 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올 상반기 중에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