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였다. ‘즐거운 사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대표되는 대담한 성(性) 담론의 대명사 마광수 연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를 지지하는 모임의 대표는 스님이었다.
‘마광수 교수 강의폐쇄 반대 및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한 모임’ 공동대표로 23일 연세대를 찾아 마 교수의 강의폐쇄에 대한 중재를 요청하는 탄원서와 서명서를 전달한 도일스님. 지난해 12월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전공 교수회의에서 마 교수의 강의폐쇄 방침을 통보한 이래 3번째 연세대를 방문한 것이다.
“교수님 책 중에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나 ‘인간’ 같은 책들을 보면 동서양 철학에 해박한 사람이란 걸 알 수가 있어요. 동양과 서양 철학 양쪽에 능통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데, 하면서 참 감탄했죠. 교수님 안 지 20년 됐는데 그때 말했던 여성상위시대나 유미주의 같은 게 지금 많이 일반화되지 않았습니까? 그런 앞날을 내다보는 통찰력에 공감해서 승려로서 팬이 됐죠, 허허. 그리고 그… 표현의 자유가 종교의 자유와도 연결이 되는 겁니다.”
도일스님과 함께 연세대를 찾은 방문자들도 말을 보탰다. 강의폐쇄 조치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성금까지 내가며 서명을 받고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탄원차 직접 대학 본부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다. 소설가 박민규 씨를 비롯한 300여명의 지지 서명도 이들이 주도했다.
“교수님을 종종 만나는데 실제 생활은 웬만한 수도승보다도 수행자적인 삶을 삽니다. 도덕적 해이, 이중성이나 위선 이런 부분에 대해선 오히려 단호하시죠. 그러면서 솔직하고 권위의식도 없는 편이예요.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꽤 됐는데 말도 안 놓으시거든요. 뭔가 난잡하거나 그럴 것이란 예상은 그저 선입견일 뿐입니다.”
도일스님은 ‘항의’가 아닌 이번 사태의 ‘중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 교수를 지지하지만, 호불호를 떠나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마 교수가 강의폐쇄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직접 듣지도 못한 채 조교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지 않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타협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대화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의폐쇄 방침은 일종의 월권이다. 문제가 됐던 도작은 재단이사회 징계가 끝난 사안이고 교무처에서도 강의를 준다고 하는데, 교수회의 결정이 수업권을 박탈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선출된 총장님이 CEO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마 교수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게 마땅하다. 학생들, 고객들의 수요가 있는데 호오(好惡)를 따져 강의를 폐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연세대는 1월 중에 마 교수의 강의 개설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 새 총장 임기가 시작되는 2월 전에 문제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다만 국문과와의 협의가 쉽지 않아 학부 교양강의가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교수 지위로 전공 및 대학원 강의를 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도일스님은 “3차례 방문해 교무처장님, 문과대학장님을 만났으니 입장은 다 전했고, 1월 말까지 기다려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 불교 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계획”이라며 “다행히 강의가 재개되더라도 2차로 마 교수의 정교수로서의 전공·대학원 강의 회복, 3차로는 ‘즐거운 사라’ 해금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