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대학에 여성 강풍이 불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10년 동안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이 27%에서 40%로 1.5배 늘었고, 연세대·고려대도 30%를 넘어 40%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는 2000년 이전에는 여학생이 두 해에 걸쳐 한 명이 들어올 정도였지만, 현재 30%가 여학생이다.
백창제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의 정치학과 여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 현 정치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알파걸들이 사회진출을 시작하는 10년 후엔 본격적으로 알파걸 바람이 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명문대 입학 뿐 아니라 수석졸업은 물론 각종 국가고시에서도 여학생의 약진은 두드러지고 있다. 알파걸이 등장하자 알파걸과 반대의 개념을 내포한 ‘베타남’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알파걸 열풍의 주요 원인으로 출산율 감소를 꼽는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추진된 산아제한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 이후 4.10명에 이르던 출산율은 서서히 줄어들어 84년 1.76명을 기록, 처음으로 2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낮아진 출산율은 2005년에는 1.08명으로 바닥을 친 바 있다.
출산율이 2명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여아들이 남아들과 대등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들이 대개 한 명, 많게는 두 명의 자녀를 낳고 자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라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 맞서도록 ‘강하게’ 길러졌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현재 대학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70~80년대 대학을 다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남녀 간 차별의식이 강하지 않은 개방적인 마인드의 부모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모들은 자녀가 결혼하더라도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대학입학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특징이 있다.
부모의 이와 같은 적극 지원 속에 남녀 간 학업 격차 역시 줄었다. 한국교육평가연구원의 김경희 연구원은 “학업성취도 연구를 보면 남녀 간 학업성적에서 성 차(남성 여성 간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성 차가 줄어든 이유는 남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진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여학생이 싫어한다고 알려진 대표적 과목인 수학은 현재 성 차가 거의 없다.
김 연구원은 “과거엔 여학생들이 수학·과학 못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통계상으로 볼 때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국제적으로도 여학생의 수학성적이 더 뛰어난 뛰어난 나라가 많다”고 말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알파걸의 득세에 대해 “사회현상과 함께 법이나 제도의 측면은 물론, 문화적인 분위기가 혼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출산율은 물론 사회현상과 법·제도적 여건이 마련된 토양에서 자연스레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이들이 기존 남성 위주 사회에서 도드라지는 것일 뿐이지 알파걸이라는 신종 인류가 출현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알파걸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구조에 있다. 서이종 교수는 “관리직, 리더 등에 여성이 늘고 있으며 양성평등으로 가고 있는데 사회 조직은 현재 상당히 가부장적”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알파걸의 진화에 대해 “과거에는 일과 함께 가정까지 짊어지는 ‘수퍼우먼’이 되어 유리천장에 막히곤 했는데, 이제는 결혼을 포기하고 독신으로 지내는 ‘골드미스’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택수 교수는 “남녀 간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고, 이런 차이가 보이지 않는 사회 발전의 추진력이 되기도 한다”며 “모든 업종·직종에 굳이 남녀 반반 강제 할당하자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우선 사회곳곳 면면을 돌아보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살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파걸과 골드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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