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학생을 붙잡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이 치열해지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 대학들도 앞다퉈 전액장학금 지급, 해외유학 지원 등의 특전을 내걸고 우수학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는 워싱턴과 LA, 뉴욕에서 입학설명회를 열고 미주지역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자율화와 국제화 시대를 맞아 대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성적 위주의 획일화된 평가에서 벗어나 잠재력 있는 인재 발굴을 통한 다양성 확보 등 우수인재 유치에 대한 기존의 인식 틀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 ‘다양성’ 확보가 첫 걸음= “세계 명문대학들이 학생선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다양성인데 비해 지금까지 국내 대학들이 우수학생을 뽑는 기준은 단 하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었다.”(최병기 영등포여고 교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 교사는 “‘수능 우수’라는 획일성에서 벗어나 수능 성적은 조금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특기와 장점을 지닌 학생 등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결국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전형요소 역시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별전형 확대로 전형유형이 다양해진 것 같지만 전형요소는 수능이나 내신, 논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내신, 수능 등 객관적 지표는 뛰어나지 않지만 잠재력 있고, 성장 가능성 높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 그런 면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 개발 선행돼야= 순천대는 올해 공과대학 안에 기초의·화학부를 신설했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둔 학과로, 국립대에서는 초유의 일이다. 부경대 국문학과는 누리사업에 참여하면서 교육과정의 70%를 뜯어고쳤다. 기존 교육과정으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교육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곽지훈 순천대 교무처장은 “지역 인재들에게 화학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의학계열 진학의 기회도 주자는 취지”라며 “지역에 의대가 없다보니 기초화학부 시절 ‘1대 1’이었던 경쟁률이 ‘3대 1’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단순 선발경쟁에서 벗어나 교육경쟁으로의 변화 역시 대학들이 고민해야 할 요소이다. 교육과학기술 정책자문위원인 이기태 경희대 교수(전 입학관리처장)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많이 오면 좋은 대학이라는 기존 인식을 깨야 한다”며 “우수학생이 몰릴 수 있도록 대학 고유의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정착시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어떤 학생을 뽑을 것인가’ 개념 정립부터= 대입 자율화 시대를 맞아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수학생에 대한 개념 정립이다. 김수연 가톨릭대 입학사정연구실장은 “미국의 경우 대학마다 특성이 다르고 우수인재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 학생이 스탠퍼드대나 예일대를 동시에 지원하더라도 두 대학에 같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대학은, 우리 학과는 어떤 학생을 뽑아서 어떤 인재로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기태 교수는 “핵심은 자기 대학의 설립 이념과 특성 등에 따라 어떤 학생이 우수학생인지에 대한 개념을 세우는 것”이라며 “이것이 전제돼야 이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다양한 전형방법과 장기적이고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