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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 메머드大 노리는 KAIST
ICU·영재학교와 통합...정부출연硏도 눈독
‘규모’와 ‘재정’ 동시에 키우기 위한 포석

KAIST와 ICU가 23일 약 6개월간의 통합 협상을 마무리 짓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 2006년 7월 통합 논의가 시작된 시점으로 부터는 약 2년 만에 통합이 성사된 것이다.

이에 따라 KAIST의 IT 관련학과와 ICU를 합친 ‘IT 컨버전스 캠퍼스(Convergence Campus, ICC)’가 출범한다. 여기엔 오는 6월 신설되는 KAIST 정보과학대학과 IT 경영학부도 설치된다. ICC에는 별도의 부총장을 두기로 했지만, 학사업무에 대한 총괄은 KAIST 교학부총장이 맡는다. 신입생은 2010학년부터 통합체제 하에서 선발하게 된다.

그간 통합협상에서 진통을 겪었던 교수 테뉴어 심사와 관련해서는, KAIST의 기준을 따르되 ICU 교수들에게 3~5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합의했다. KAIST측 통합추진위원장인 이용훈 공과대학장은 “교수 테뉴어 심사와 관련해서는 가능한 한 KAIST의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며 “다만 부교수·정교수와는 5년 계약을, 조교수와는 3년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ICU 교수들은 계약기간 동안 자율적으로 테뉴어 심사를 받을 수 있다. 3~5년간 테뉴어를 준비할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반면 ICU 직원들은 KAIST에 전원 고용 승계된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양교의 통합 논의는 지난해 11월 ICU 이사회가 통합을 의결하고, 그간 통합에 반대하던 허운나 전 ICU 총장이 물러나면서 급진전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개편으로 인한 혼선으로 협상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통합이 물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예상을 낳았다.

◆정부지원 기대감 높아지자 ICU와 통합

지난 3월 서남표 총장도 “ICU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데다 통합에 따른 정부 예산 지원도 불투명해 통합이 어렵게 됐다”고 말해 이런 예상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양 교 통합이 급작스럽게 ‘무산’쪽으로 기운 것은 서총장의 말대로 정부지원이 불투명해진 데서 기인했다.

KAIST는 지난해 ICU와의 통합을 조건으로 ‘1200억원+α’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생기는 통합 단과대학운영비로 매년 250억원을 당시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가 분담해줄 것을 요구했고, IT연구소 설립을 위해 12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정통부와 과기부가 각각 지식경제부·과학기술부로 통합되면서 ‘돈 줄 곳’이 불투명해 졌다. 서남표 총장이 “ICU를 맡으려면 250억원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매년 준다면 다르지만 우리더러 내라고 하면 우린 돈이 없기 때문에 (통합이) 어렵다”고 말한 부분은 이런 상황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교육과학부과 지식경제부가 양교 통합 이후의 정부지원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협상은 다시 급진전 됐다. KAIST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ICU와의 통합 이후의 KAIST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도 “양교가 통합되면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며 “예산지원에 대해서는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어떤 방안으로 재원을 조달할 지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화학적 통합 된다면 ‘시너지’ 효과 가능

KAIST와 ICU의 통합은 우리나라 IT 발전에 긍정적일까? 이 부분에서 전문가들은 약간의 견해차를 보이고 있지만, 양교가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을 이룬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송황준 포스텍 교수(멀티미디어 통신시스템)는 “통합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교수들 마다 서로 관심분야가 다르고, 강점을 가진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통합하면 부족한 부분이 매워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통합 이후 교수간 경쟁을 통해 연구력이 상승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일 고려대 교수(전파통신공학)도 “어느 한 분야만 판다고 해서 특성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양교가 통합해도 ICU의 특성화가 퇴색되진 않을 것”이라며 “통합을 해도 (ICU의) 연구 분량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AIST의 한 연구원도 “통합 이후 IT분야의 빠른 변화를 쫓아갈 만한 인력풀이 만들어 질 것”이라며 “더욱이 ICU는 정보통신에 치우친 반면 KAIST는 반도체·회로·통신·제어·로봇 등 다양한 분야가 있어 통합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출연금 노리며 연구기관도 눈독

다만 ICU와의 통합으로 과학기술계에서 KAIST의 입김이 커질 것이란 데에는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벌써부터 KAIST를 두고 ‘과학기술계의 공룡’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KAIST가 대학·연구기관과 잇단 통합을 시도하며, ‘사이즈’ 키우기에 나서는 데에는 정부출연금을 노리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8일, KAIST가 핵심 연구 사업을 위해 확보한 200억원 특별 예산이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는 KAIST가 야심차게 착수한 ‘EEWS(에너지·환경·물 등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위한 것으로 지난해 국회 승인을 얻어 어렵게 확보한 예산이었다. 재검토 결과에 따라선 예산 삭감도 감수해야 할 판이었다.

비슷한 시기 KAIST는 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잇단 통합을 제의했다. 생명공학연구원 일각에서 “KAIST가 정부지원이 깍일 것을 우려해 통합을 제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생명공학연구원만 해도 500억원이 넘는 정부출연금을 받고 있다. KAIST로서는 미련을 버리기 아까운 통합 대상인 셈이다.

KAIST는 ICU와 통합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직전, 한국과학영재학교와도 통합을 선언했다. 지난달에는 서남표 총장이 직접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통합을 제안했고, 한국기계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ETRI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서총장은 이러한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ST의 이러한 행보는 ‘사이즈’에 집착하는 서남표 총장의 지론과 맞닿아 있다. 서 총장은 줄곧 세계적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선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양교 간 통합이 이뤄지면 KAIST는 IT 대학 교수 수가 현재 90명에서 130명 정도로 늘어난다. MIT의 관련학과 교수 규모(130여명)에 근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용훈 공과대학장은 “세계적인 대학은 질만 좋은 게 아니라 규모도 크다”라며 “일단 규모를 비슷하게 만들어야 같은 수준에서 질적인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8-05-26 오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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