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의 도래는 1980년대 말 냉전시대의 종식, 1990년대 초 급격한 인터넷의 확산 등을 통해서 과거의 국제관계와는 질적?양적으로 다른 세계화의 경험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세계화는 새로운 시?공간의 개념을 의미하며,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상호의존성과 네트워크가 증가하며, 다국적 기업, UN과 같은 국제기구 및 국제적 NGO가 국가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정 지역의 일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등의 변화를 의미하고, 이를 우리는 분명히 인식하고 살아가고 있다 (Cohen & Kennedy 2000)."
2008년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화두는 이와 같은 외재적 세계화(Globalization)와 더불어, 우리의 의식과 행동도 세계의 시민으로서 변화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즉, 내재적인 세계의식 (Globalism)을 우리가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2002년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영화, “집으로”는 심심산골에 사는 할머니가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져서 엄마가 데려다 놓은 외손자 상우와 함께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상우는 시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치킨”을 사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간신히 “치킨”의 정체를 알아내서 자신이 아는 가장 좋은 닭 요리를 해준다. 그러나 상우는 후라이드 치킨이 아닌 물에 빠진 닭백숙을 보자 너무나 기가 막히고 속상해서 온갖 투정을 부린다. 후라이드 치킨과 닭백숙은 세계화가 지배하는 동시대를 살아가고는 있지만 관념, 의식의 차이에서 오는 세계화의 차이, 세계인으로서의 태도 차이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교육과 대학들은 어떠한가? 세계화 시대를 살고는 있어도 내면까지 세계적인 또는 세계화된 대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것이 21세기 한국 대학들의 사명인양 큰소리치지만 과연 세계의 리더를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 에 대한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의식 혹은 세계시민의식은 세 가지의 특성을 갖는다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Cohen & Kennedy 2000).
첫째는 우리가 준거틀을 우리 학교, 우리 지역, 우리 나라가 아니라 세계로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 국가의 사람들만이 모여 살면서 경험하지 못한 다문화주의, 탈국가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서울의 외국인 마을에 가면 단일민족 신화가 강한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외국인들끼리 주말이면 모여서 자기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고국의 문화에 젖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을 만나보면 우리가 다른 나라, 민족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배척하는 태도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으로 세계화된 사람은 다문화적인 소양을 갖고 외국인, 외국 문화에 대해서 “다름”은 인정하되 존경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셋째로는 행동하는 세계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어린이가 굶주리는 것을 마음 아파하면서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가는 것이 당연한, 행동하는 양심이 있는 세계시민이어야 한다.
지난 여름 한국의 대학들은 World Class University (WCU) 프로젝트에 사활을 건 전쟁을 치르었다. 세계적인 석학들을 교수로 모시고 와서 한국 대학의 학문적 위상과 질을 한꺼번에 높이고자 하는 거창한 프로그램이었다. 아직 그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응모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계속 벌어졌었다. 예를 들면 외국의 저명한 교수들에게 그들이 받았던 연구비의 수혜내역에 관하여 증명서를 요구하고, 각종 편집위원회에서 활동한 내역에 대해서 증빙하는 서류를 요구하는 등, 선진국에서 교수들이 연구비를 신청할 때는 요구하지 않는, 그야말로 “한국적”인 서류들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외국학자들은 자기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느냐면서 불만을 토로하였다. 우리는 세계적인 대학이 되고픈 욕망은 앞섰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지극히 한국적이고 후진국적인 면을 드러내고 만 형상이 되었다.
대학이 외형적으로 세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면도 세계의식이 있으려면, 외국어 강의 비율이 얼마고 외국인 교수와 학생이 몇 명인가 하는 외형적인 수치보다는 내면적인 프로그램이 얼마나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세계의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는 대학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겉 무늬만 세계화가 아니라 내면의 국제화를 달성한 대학들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