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가 차량 매연과 경적소리에 멍들고 있다. 캠퍼스 내 차량 진입은 늘고 있지만, 캠퍼스 내 차량 관리는 요금 정산 업무에만 머무르고 있는 탓이다. 대학 캠퍼스는 특히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제외된 때문에 음주운전과 불법주차, 무면허 운전 등 교통 안전의 사각지대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 당국이 캠퍼스 내 환경에 무관심한 탓도 크다. 교수 대 학생비율 등과 함께 캠퍼스 환경도 중요하다는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이에 본지는 숭실대와 공동으로 캠퍼스 차량 관리 실태와 그 개선방안을 주제로 2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지난 4일 오후 서울 신촌 모 대학 캠퍼스 출입문 앞. 차량 5~6대가 길게 늘어서 있다. 주차 요금 문제로 운전자와 출구 담당 직원이 실강이를 벌인 탓이다. 뒷 차 운전자들이 눌러대는 경적 소리가 조용한 캠퍼스에 메아리친다. 같은 날 인근 다른 대학 캠퍼스 대학 본부 앞에서도 경적 소리가 요란하다. 길 한 복판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이다. 근처를 지나가는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가던 길을 재촉한다.
대학 캠퍼스가 주차난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부생은 물론 대학원생들의 캠퍼스 내 주차를 막고 있지만, 늘어나는 차량으로 인한 캠퍼스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이화여대는 올해 초 차량 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출근 시간대 택시에도 1000원씩의 통행료를 징수한다. 신촌 일대 대학들도 올해 초 잇따라 주차요금을 인상했다. 특히 오토바이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연세대는 내년부터 오토바이에도 주차요금을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는 이를 위해 캠퍼스 내에 800면의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하루 1000대를 넘는 오토바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오토바이들이 통행로와 도로 주변에 마구잡이로 불법 주차해 차량과 학생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특히 캠퍼스 미관을 해치고 소음 공해에, 주차를 놓고 학생들끼리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연세대 총무처 관계자는 “오토바이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아 캠퍼스 환경 개선 차원에서 요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면서 “차량 주차요금의 5분의 1정도인 것을 감안해 주차료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차량을 줄이기 위해 정기주차요금을 과다하게 인상해 학교 내 입주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구 계명대는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정기주차요금을 6만원에서 18만원으로 3배 인상했다. 교내 입주한 벤처기업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차량 진입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밖 주차 요금에 비해 저렴해 주차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게 대학측의 설명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진입 차량을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주차시설을 보완하는데 사용해 주차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퍼스 진입차량이 늘면서 각종 사고도 학생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9월 동아대 승학캠퍼스에서는 쓰레기 운반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건물 난간을 들이받고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쓰레기 운반 차량 운전자와 학생 등 5명이 다치고 주변 주차 차량 6대와 오토바이 한대가 파손됐다. 대학 캠퍼스가 대부분 산을 끼고 있어 교내 급경사 도로가 많은 때문에 작은 사고도 큰 피해를 낳는다. 이 대학 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아이디 민우맘씨는 “동아대 경사 완전 아찔하죠. 거기서 브레이크 고장나면 큰일 납니다”면서 “차량 제한 속도를 더 낮춰야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캠퍼스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제외된 탓에 규제가 미치지 않는 교통 안전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많아 개선이 요구된다. 지난 2006년 부산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음주운전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앞서 경기도 모 대학에서도 무면허 운전연습을 하던 학생이 행인을 덮치는 사고도 있었다.
경찰은 뒤늦게 일부 대형 대학 캠퍼스 앞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기도 했지만, 뒷북 단속이라는 비난을 샀다. 캠퍼스 내 교통단속과 처벌 규정이 없어 교문 밖 음주단속에만 그친 때문이다. 불법 주정차는 물론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과속운전의 무풍지대다. 또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의 곡예운전도 캠퍼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캠퍼스내 차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로 구성된 교통안전봉사대도 생겼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지난 9월부터 학생들로 구성된 RC교통봉사대를 조직해 캠퍼스내 교통 문화 개선 캠페인에 나섰다. 이들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교통 안내를 하고, 제한 속도가 높은 지역에서 안전속도 운전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캠퍼스 내 도로를 일반 학교 밖 도로와 다르게 생각하는 인식도 개선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도로교통법상 단속 대상이 아니다보니, 차량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들도 도로 준법 의식이 느슨하다. 서울대 도서관 앞에서 만난 김선우(사회대 4)씨는 “교내에 대형 버스와 오토바이가 많다보니, 이들 사이의 접촉사고가 잦아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다”면서 “학교 안도 차량이 많이 통행하므로 도로 교통 법규가 적용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교내에서는 무단횡단이나 불법주차에 대한 경각심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 당국이 대학 캠퍼스 내 도로 환경에 뒷짐을 지고 있는 것도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교수대 학생비율 등을 각종 평가에 반영하면서도, 정작 학생들이 매일 부딪히는 캠퍼스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통계도 갖고 있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제도과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캠퍼스내 교통사고 등의 통계를 요구하는 의원이 있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다수 대학이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대학이 집계한 교내 교통사고 통계 등을 조사할 만한 인원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