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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 vs 학과제 대학가 ‘고심’
모집 단위 자율화로 손익계산 분주
선택따라 지원률·입학성적 달라질듯
2010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과별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존의 학부제를 전면 폐지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학생의 전공 선택권’ 등을 내세워 학부제를 유지하는 대학도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학과제’와 ‘학부제’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고심하고 있다. 입학 성적·지원률 등에 미칠 여파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는 최근 1996년부터 시행해온 학부제를 폐지하고 2010학년도 입시부터 학과단위로 모집하기로 했다. 김영세 교무부처장은 지난 5일 “상경대학과 생명시스템 대학의 학과제 선발안이 교무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미 승인된 문과·이과·공과·사회과학·생활과학대학을 포함해 주요 단과대학의 전형방식이 학과제로 바뀐다”고 밝혔다.

연세대의 학과제 전환은 학부제 하에서의 전공교육이 부실했다는 평가에 따라서다. 김영세 교무부처장은 “광역 학부제를 실시하면서 일부 교과목에서 전공교육이 부실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전공 이기주의 때문에 일부 학부 커리큘럼이 파행적으로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10일 성균관대는 2010학년도 전형계획에서 학부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학과제가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제한하는 ‘칸막이’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통섭’이란 학문적 추세에 비춰 봐도 학과제 보다는 학부제가 바람직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서정돈 총장은 “인문·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까지 뭉치는 통섭시대에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학과 이기주의”라며 “글로벌 명품인재는 폭넓은 기회보장과 다양한 소통의 환경 속에서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학부제는 1995년부터 시작됐다. 학문의 다양성을 수용해 경쟁력 있는 인력을 공급한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여러 학과단위를 학부로 묶어 그 안에서 1년을 공부하게 한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토록 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 전공에 대한 고민을 하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고민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홍익대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부제를 유지한다. 정은수 교무처장은 “학생들이 보통 점수에 맞춰 대학에 오다 보니 자기 적성을 모르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적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학부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간 학과제 전환 요구가 많았던 대학들은 점진적으로 학부제를 폐지할 예정이다. 학부제 실시 이후 학생들의 소속감이 결여되고 전공기초교육이 약화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국외대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신입생을 학과별로 선발하기로 했다. 세종대도 올해 입시에서 인문·사회대 전체, 자연대 일부 학과까지 학과제를 확대키로 했다. 고려대는 올해 1학기 중 단과대와 학부(과)별 의견을 반영, 학과제 전환을 자율 결정토록 해 이르면 내년도 입시전형에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그간 개별학과 모집이 금지돼 왔던 국립대의 경우 이런 요구가 크다. 부경대는 현재 내부적으로 학과제 전환 신청을 받고 있다. 대학본부에선 그간 학과제 전환 요구가 컸기 때문에 거의 모든 모집단위에서 학과제 전환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교과과정이 유사한 경우 학부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최태진 부경대 교무부처장은 “거의 모든 모집단위가 학과제 전환을 원하고 있지만, 교육과정이 유사한 경우 효율적인 학사운영을 위해 일부 학부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경대는 학과제 전환 시 재학생들의 소속감과 교수들의 학생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학부로 들어온 학생이 원하는 전공에 진학하지 못할 경우 중도 탈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 많은 대학들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일부학과를 학과제로 전환해 보니 지원률과 입학성적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경영학부 모집을 경학학과·회계학과·경영정보학과별 모집으로 전환한 울산대 이인택 입학처장은 “경영학부를 학과제로 전환했더니 경영학과를 제외한 회계학과와 경영정보학과의 경우 지원율과 입학성적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런 점 때문에 본부에선 기본적으로 학부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도 지원률과 입학성적 하락을 우려해 학부제를 유지한다. 다만 일부 희망자에 한해 미리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전공예약제는 확대할 계획이다. 채기준 입학처장은 “전형이 세분화된 상태에서 학과제로 전환할 경우 모집 단위가 작아지게 돼 지원자 수가 줄고, 그만큼 입학성적도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인기학과의 경우 고민의 정도가 깊다. 학부제로 묶이면 학생들이 전공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학과제로 독립하면 학생모집이 미달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단과대별로 학부제 유지·학과제 전환에 관한 여론을 수렴중인 동국대의 고유환 입학처장은 “비인기 학과의 경우 학부제로 묶이면 전공 선택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과제로 독립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학과제 전환을 검토중인 서울의 한 사립대의 입학처장은 “학과제로 전환하면 전공선택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특정학과의 경우 고사될 우려를 제기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학과제 전환을 찬성하는 쪽부터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하영·남준석 기자>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9-03-23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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