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듣는 국립대 구조조정
‘국립대 연합’ 계획서 제출할 권역 없을 듯
“시일 촉박, 법인화 전제 해 논의 어렵다”
교과부도 ‘국립대 구조개편안’ 수정 시사
정부가 제시한 국립대 구조개편 모델인 ‘권역내 3개 대학 이상 연합’ 방안에 따라 통합 신청서를 제출할 대학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안동대가 경북대측에 통합을 제안하는 등 개별 대학간 통합은 1~2곳 성사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초 3개 이상의 국립대를 하나로 묶는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권역별 통합 계획서를 오는 11일까지 접수받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대학 구조개혁 모델로‘3개 이상 국립대 연합’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동일 권역에 있는 3개 이상의 국립대가 단일 의사결정 체제를 구성하고 3년 내에 단일 법인으로 전환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3일 현재까지 권역 내 국립대간 통합을 전제로 계획서를 준비 중인 대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원주대 지성표 기획처장은 “원주대와의 통합 이후 교명을 결정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며 “지금은 통합 이후의 안정화에 힘쓸 때”라고 밝혔다. 강원권의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강원대도 삼척대와의 통합 이후 중북학과 개편, 연구업적평가체제의 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춘천교대는 아예 다른 대학과의 통합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추병완 춘천교대 기획처장은 “초등교사 양성이라는 전문성이 있는 교대로서는 굳이 다른 대학과 통합해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전락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충남권도 송용호 총장이 지난 5월 충남대·공주대·공주교대간 통합을 제의한 바 있지만, 충남대를 제외하면 2개 대학 모두 소극적인 반응이다. 공주대는 충남대와의 통합 시 구조조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임연기 공주대 기획처장은 “충남대와는 학문적 유사성이 많아 (통합문제를)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공주교대와의 통합에 대해선 “경쟁력 있는 사범대를 가진 우리 대학과 공주교대가 통합하면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공주교대는 법인화를 전제로 한 ‘국립대 통합 방안’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 권오성 기획처장은 “교과부가 제시한 국립대간 연합대학 구축이 법인화를 전제로 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며 “현재 학내 구성원들도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검토 자체를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충북권은 충북대가 나서 충주대와 청주교대에 통합 의사를 타진해 봤지만, 양 대학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성천 충북대 기획처장은 “청주교대와 충주대측에 통합 의향이 있으면 논의 해 보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후 아무런 반응이 없어 계획서 제출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통합 논의가 1~2차례 이뤄진 곳은 부산경남·광주전남·대구경북 지역이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11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할 곳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달 12일 부산지역은 부산대·부경대·한국해양대 기획처장들이 만나 간담회를 한 차례 가졌다. 장성록 부경대 기획처장은 “간담회를 한 차례 갖고, 국립대간 연합안의 방향에 대해 각자 연구를 해보기로 했다”면서도 “내부 의견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11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에선 한국해양대가 해양관련 특성화 대학 간 연합을 주장하고 있고, 부산교대는 아예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남권은 통합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역시 11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대·순천대·목포대·목포해양대·광주교대는 지난달 18일, 26일, 지난 3일 세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박철우 순천대 기획처장은 “2012년부터 입학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선 연합대학 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학교마다 입장차가 달라서 당장 통합 논의가 쉽진 않다”고 전했다.
경북권은 지난 4일 안동대가 경북대측에 대학 통합을 제의했지만, 금오공대·대구교대 등 다른 대학들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금오공대와 대구교대는 이미 특성화를 이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구교대는 통합 논의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금오공대 관계자도 “이미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으로 특성화된 우리대학의 경우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며 통합이 절실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전북권도 군산대는 독자생존을, 전주교대는 종합대로의 흡수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군산대 안홍섭 기획처장은 “향후 새만금 개발로 학생유치나 취업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독자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1도 1국립대’원칙을 내세우는 지역 거점대는 대부분 국립대 통폐합에 긍정적이지만, 그 이외의 국립대는 ‘흡수 통합’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법인화’를 전제로 한 대학간 연합에 대해선 학내 여론수렴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도 국립대간 통합 계획서 접수 시한을 연장하고, 대학들을 대상으로 여론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오는 11일까지 통합계획서를 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동안 대학간 통합이 논의됐던 사안과 논의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 대학간 통합을 추진하는 데서 나타난 어려운 점 등을 건의 받아 보완할 게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새로운 대학 구조개혁 모델로 제시한 ‘3개 이상 국립대 연합’ 방안에 대해 스스로 수정할 뜻을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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