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재단을 합쳐 한국연구재단으로 단일화한 것을 축하드린다.”(이기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고려대 총장), “조직 구조가 상당히 잘 배분된 듯하다.”(박우희 세종대 총장)
지난 3일 본지 주관으로 열린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초청'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총장들은 무엇보다 한국연구재단에 대한 격려와 기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한국연구재단이 선진연구지원기관을 표방하면서 국내 학술진흥과 R&D분야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총장들은 한국연구재단이 성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균형 있는 연구지원이 필요하고 연구환경, 사업지원·평가 방식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인문사회 투자 비율 늘려야=한국연구재단의 분야별 연구지원 비율에서 이공계(80%)가 인문사회(10%)보다 압도적으로 높자 총장들은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김기영 광운대 총장은 “철학이 없는 나라, 역사가 없는 나라는 방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예를 들면 중국이 동북공정을 해 역사를 파괴하고 있지만 이것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면서 “한국학·철학을 세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학생을 육성해 학술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우희 세종대 총장은 “연구재단에서는 과학기술분야만 지원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인문사회 연구분야도 상당히 중요하게 나와 있다”며 “최근 산업기술평가원장을 만났는데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분야의 융합에 관심이 많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지방대 배려해야=연구지원에 있어 지방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지방대 총장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이무근 동명대 총장은 “지방대는 지방대 특성에 맞는 인력양성이 필요하다”면서 “BK21·WCU·광역경제권거점대학 사업 등을 보면 대부분 지방대는 제외된다고 보여지는데 (지방대는) 대학 내실화 측면에서, 교육적 차원에서 발전될 소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지방대에 맞는 연구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형식 금오공대 총장은 “교과부에 있다 지방대로 내려가 보니 지방대에서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 여러 현상과 맞물려 피해의식·콤플렉스를 많이 갖고 있다”며 “연구재단의 PM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지방대 교수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지방대의 유능한 교수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순훈 배재대 총장은 “지방대의 소외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과제를 선정할 때 (지방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제안하면서도 “(연구재단이)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중심 평가로 바꾼다는 것은 지방대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대학 특성 고려한 지원 필요=교육(학부)중심대학, 중규모대학 등 대학 특성·규모에 맞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먼저 교육중심대학에 대해 임용철 대전대 총장은 “학부(교육)중심대학 입장에서는 중간 수준의 학생을 상위로 올릴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앞서가는 교수학습, 교양교육 같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한국연구재단에서 일부 예산이라도 이런 부분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영철 서경대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조장한다고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구중심대학은 연구중심대로 경쟁하고 교육중심대학은 교육중심대로 경쟁하는 등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학 규모에 맞는 지원에 대해 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R&D사업에 종합대들도 신청을 많이 한다”면서 “WCU 선정대학이나 산학중심대학은 신청을 안 해야 하지만 그걸 말릴 수는 없다. 연구재단에서 (규모가) 작은 대학들에 연구 포션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준 경기대 총장 역시 “교과부를 보면 경쟁력 있는 대학만 살을 찌우고 있고 경쟁력 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끌어올리는 것은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큰 대학은 더 크려고 노력하고, 작은 대학은 따라 가려고 하고, 지방에 위치한 작은 대학은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발전 가능성 있는 대학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주택 한성대 총장도 “HK(인문한국) 사업의 요건을 보니 교수 5명을 고용한 뒤 (정부) 지원을 받다 나중에는 대학에서 생계를 책임지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조건이었다”며 “이는 중규모 대학에서는 여력이 안 돼 결국 HK사업을 신청하지 못했다. 이런 고충을 연구재단에서 알고 참고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환경·사업지원·평가 방식 개선도 필요=이번 간담회에서 총장들은 각 대학의 상황·위치에 따라 다양한 주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총장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연구환경과 사업지원·평가 방식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이배용 회장은 “신진인력에 예산을 더 배치해야 하고 신진인력과 더불어 박사와 시간강사들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면서 “(박사와 시간강사들에 대한) 정규직 채용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연구지원을 위한 예산을 특별히 책정, 그들의 능력을 격려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수 인천대 총장은 “이공계 교수들은 혼자서 연구하지 않고 연구원들을 데리고 하지만 (연구비) 정산할 때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국가에서는 연구자가 범죄자로 느낄 정도로 (정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외국처럼 연구 결과물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문호 아주대 총장은 “연구비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연구를 신청한 교수의 동일 소속기관 교수는 연구심사위원에서 배척해 실제 심사에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나라도 발전이 됐으니 신청한 교수와 같은 대학의 교수라도 이제는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운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은 “경영자 총협회에서는 대학 졸업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고 왔는지 의문이 들고 (신입 사원에 대한) 재교육 추가비가 많이 든다고 말한다”며 “대학에서 현장실습 기회가 없어 문제가 되는 것이라 본다. 산업계·교육계가 함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준구 한국항공대 총장은 “연구재단의 큰 예산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서는 평가제도가 잘돼야 하고 파이(연구재단 예산)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이뤄야 한다”면서 “연구재단이 부처의 한 기관이 아닌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성기 포스텍 총장은 “신진교수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연구비를 배정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도 일정 단계에 오르고 있고 세계적 역량을 가진 교수들이 많이 나오지만 교수들이 50~60대가 돼 급격히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 총장은 “이는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일”이라며 “(교수들의) 연륜이 높아질수록 연구가 심화될 수 있는 전통을 만드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성민 기자·송아영 인턴기자 bestjsm·songay@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