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이번 달 내로 약대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총장들은 약대 선정에 정치논리가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장들은 최근 정부의 등록금 문제 개입·국회의 등록금 상한제 도입과 맞물려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본지가 지난달 27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 및 동계세미나’에 참석한 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날 오후 세미나에 참석한 120여 명의 총장 가운데 46명이 설문에 참여했으며, 설립별로는 국립 8개대·사립 32개대·무응답 6개대, 소재지별로는 수도권 14개대·비수도권 24개대·무응답 8개대에서 응했다. 설문은 자기기입식 설문지법을 통해 진행됐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총장들은 ‘약대 선정에 있어 평가지표 외 정치 논리가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39.1%가 ‘그렇다(18명)’, 43.5%가 ‘일부 작용할 수 있다(20명)’고 답해, 응답자의 82.6%가 정치논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혀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는 2.2%(1명)에 불과했고 ‘모르겠다’는 4.3%(2명), 무응답은 10.9%(5명)였다.
이 같은 총장들의 견해는 대학들의 약대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논리 개입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약대 신설을 신청한 한 대학 총장은 “심사기준으로만 보면 우리가 1위다. 공정하게 심사기준에 의해서만 평가를 하면 된다”면서 “그런데 정치 논리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범 3년차 현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총장들은 ‘보통(19명)’이라는 응답이 41.3%로 가장 많았지만 ‘후퇴하고 있다(15명)’가 32.6%로 그 뒤를 이었다. ‘미흡하지만 대체로 만족한다’는 응답은 23.9%(11명), ‘정부의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2.2%(1명)에 그쳤다.
이처럼 현시점에서 대학 자율화 정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 데는 최근 정부가 대학등록금 문제에 개입하고 등록금 상한을 규정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전국 21개 주요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서울여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 선언을 해 준 것에 감사하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대학의 등록금 동결은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대통령이 직접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을 우회적으로 독려했다는 점에서 결국 대학 자율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등록금 상한에 대한 총장들의 우려가 크다는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가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총장들은 ‘재정약화로 인한 경쟁력 저하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47.9%(22명)가 ‘매우 그렇다’, 30.4%(14명)는 ‘대체로 그렇다’고 답해 78.3%가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또 ‘대학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52.2%(24명)가 ‘매우 그렇다’, 32.6%(15명)가 ‘대체로 그렇다’고 답해 84.8%가 우려감을 표했다.
반면 등록금 상한제를 통한 ‘대학과 학생 간 등록금 갈등 해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30.4%(14명)가 ‘거의 그렇지 않다’, 23.9%(11명)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등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더 우세했다.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 총장은 '매우 그렇다'가 8.7%(4명), '대체로 그렇다'가 37%(17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