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5일 ‘2010년 1학기 학자금 대출 결과’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ICL·Income Contingent Loan) 이용자가 10만 9426명으로 집계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이용자 수 70만 명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전체 학자금 대출 이용자의 약 28%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ICL과 유사한 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 중인 해외 사례에 견줘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됐다. (사)정책연구소 미래와균형(소장 김현국)이 최근 펴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에 관한 비판적 연구’에 따르면, 영국과 호주는 대출 금리를 물가 인상률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학자금 대출에 대한 실질적 이자가 ‘제로’인 셈이다.
영국은 수업료 후불제(Deferment-Fee)를 시행하고 있다. 수업료 보조를 신청하면 정부가 대출 형태로 대학 수업료를 선납해준다. 이후 대출자의 연간 소득이 15000파운드 이상이 되면 초과 소득의 9%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수업료 외에 각종 생활비 대출도 가능하다. 수업료와 생활비 모두 대출 금리는 물가 인상률만큼 적용된다. 저소득층과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는 상환 의무가 없는 학자금 보조(Grant) 제도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호주의 대출 금리도 물가 인상률과 똑같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대학생이 최대 5만 달러까지 대출받을 수 있고, 소득이 3만 6185달러 이상이면 연간 소득의 4~8%를 상환해야 한다. 사실상 이자가 없는 장점 때문에 대학생의 75% 가량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호주는 이와 별도로 무상 장학금 예산으로만 교육부 예산의 2%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대출자의 소득 상황과 연계한 ‘소득 기초 상환(Income Based Repayment)’ 제도를 도입했다. 상환 시점의 소득 정도를 감안해 일반 학자금 대출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동시에 미 하원은 ‘연방가족 교육 대출 프로그램(Federal Family Education Loan Program)’을 폐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미 연방정부가 보증한 민간 대출업체들이 손쉽게 이익을 챙기는 데 반해 대학생들은 신용위기에 놓이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총 920억 달러의 학자금 대출 재원을 교육부가 직접 운용토록 했다.
일본은 앞서의 경우와 구별된다. 소득과 연계하지 않는 모기지형 학자금 대출제도를 운영 중이다. 졸업 후 최장 20년간 원리금을 균등 분할해 상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이자 대출인 제1종 장학금과 장기 저리 이자 대출인 제2종 장학금이 있으며, 점차 제2종 장학금의 이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제2종 장학금의 대출 금리는 연 최대 3%로 제한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ICL은 유사한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 중인 해외에 비해 금리(5.7%) 뿐 아니라 소득 대비 평균 상환율(10.8%)도 높은 편이다. 실질 이자가 제로인 영국·호주 뿐 아니라 스웨덴(2.1%)·네덜란드(2.4%)와 비교해도 ICL의 이자율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 연동형 학자금 대출 제도를 시행 중인 나라들이 대부분 상환 면제 제도를 적용하는 반면, ICL은 상환 면제가 없는 점도 눈에 띈다.
김현국 연구소장은 “학자금 대출은 이윤을 창출하는 대부업이 아니라 학자금 지원 방안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해외 사례에 비춰봤을 때 상환율을 높이는 현행 ICL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리를 낮춰 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더 많은 대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