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이하 APAIE·Asia-Pacific Association for International Education) 회장은 APAIE를 아시아 대학들의 ‘교육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APAIE 컨퍼런스 2010’에서 만장일치로 제3대 회장으로 뽑혔다. 세 번째 연임. 그는 2006년 APAIE 창설을 주도해 줄곧 회장을 맡아오며 협회의 ‘산파’ 역할을 자처했다. 설립 5년만에 APAIE를 유럽국제교육협회(이하 EAIE), 미주국제교육기관협회(이하 NAFSA)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고등교육 협의체로 발전시켰다.
- APAIE 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세 번째 연임인데요.
“기대를 많이 받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50개 국가의 460여 학교, 1000여 명이 참석했어요. 대학 총장·부총장급 50여 명을 비롯해 처장급과 국제화 관련 직원들까지 골고루 참가했습니다. EAIE나 NAFSA에 주로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데 비해 APAIE는 정책 입안자부터 실무자까지 섞여 있죠. 바람직한 현상이에요.
APAIE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가 아·태 지역 내 대학간 교류 활성화와 협력 강화입니다. APAIE 설립 이전엔 아·태 지역 대학들이 EAIE나 NAFSA에서 만났으니까요. 두 번째는 아·태 지역 대학들과의 교류를 원하는 타 대륙과의 접점을 넓히는 겁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칠레, 멕시코 등 남미·북중미에서도 대학 관계자들이 찾아왔죠. 성공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APAIE 창설부터 현재까지 ‘산파’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은 고등교육의 공급자(supplier) 역할만 해왔어요. 아·태 지역으로 유학 오는 학생보다 나가는 학생이 많았죠. 우리 스스로 국제화를 통해 고등교육을 발전시켜 유학 오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실 아·태 지역 대학들은 ‘국내적’이란 특징이 있어요. ‘자국 최고 대학’이란 자부심이 강하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전세계 인재를 가르치려면 서로 많이 교류하며 배우는 게 필수적이에요. APAIE 설립은 그런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APAIE를 아시아 대학들의 ‘교육 올림픽’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사실 대학의 국제화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선 더 그렇죠. 여러 사례를 참고하고 토론과 논의를 거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요. APAIE는 그런 국제적 교류의 장(場)을 마련해줄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고요. 19개 대학이 내년 컨퍼런스 개최를 신청할 만큼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APAIE 컨퍼런스 2010’ 총장 라운드 테이블 참석자들. <사진 제공= APAIE>
컨퍼런스에 세계 50개국 1000여 명이 참여할 만큼 본 궤도에 올랐지만, 이 회장은 그간의 성과보다 APAIE의 ‘미래’에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참여가 부족한 동남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대학교육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의중이다. 2012년 태국의 컨퍼런스 개최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참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래서다.
덩치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APAIE는 궁극적으로 ‘아시아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아시아태평양리더(이하 APL·Asia Pacific Leaders) 프로그램이 닻을 올렸다. APL은 아·태 지역 대학들이 각국 학생들을 선발해 공동교육하는 내용으로 기획됐다. 이 회장은 APL을 다자간 교환교육 프로그램인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플랜’이라고 설명했다.
- 5년만에 APAIE를 크게 성장시킨 비결이 있나요.
“무슨 일이든 초기가 어렵죠. APAIE는 처음부터 아시아 유명 대학들을 창립 멤버로 초빙한 게 효과를 봤어요. 일본 와세다대, 중국인민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12개 대학이 멤버로 참가했습니다. 아시아 대학들의 ‘공동 프로젝트’로 인식토록 한 게 주효했다고 봅니다. 당시 고려대의 국제화 성과가 해외 대학들에게도 알려져 함께 하는 데 수월했죠.
그동안의 일보다 미래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중동과 동남아 대학들까지 APAIE에 참여시켜 명실공히 아시아를 아우르는 고등교육 협의체로 만들 계획이에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교육부 인사가 이번 컨퍼런스에 참가했고, 2012년에는 태국 유수의 대학인 마히돌대에서 컨퍼런스 개최가 예정돼 있어요. 또 아·태 지역 대학들이 순환보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워크숍을 통해 담당자들의 전문성 강화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 APL 프로그램도 출범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APAIE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 시대를 대비하는 ‘아시아적 인재’의 육성입니다. 지금은 각 나라 대학들이 국내용으로 인재를 키워내고 있어요. 각 나라 리더가 이웃 나라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협력이 부족한 것은 대학 교육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때문에 힘을 합쳐 아시아를 이끌어갈 인재를 공동으로 육성하자고 제안했죠. APL은 유럽 내 대학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플랜’의 아시아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우선 서머스쿨 형식의 단기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APL 이수 후에도 온라인상으로 아시아의 중요 의제를 논의하도록 유도해야죠. 각국 기업들에게 지원받아 장학 혜택도 줄 생각입니다. 10년, 20년이 지나면 이들 그룹에서 아시아 각국의 정치·경제적 리더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으로 국제화를 이끌었죠. 대학들의 국제화에 대해 조언한다면요.
“물론 대학들이 해외 대학과 1:1 교류를 할 수 있죠. 다만 일일이 만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은 되짚어볼 대목입니다. 국제화에도 경영 효율화 관점이 필요해요. APAIE를 통해서도 이미 교류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과 만날 수 있잖아요. 1:1 교류와 공동풀(pool) 구축을 꼭 분리할 이유는 없어요. 각 대학의 국제화와 상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국내 대학의 국제화에는 일부 문제점도 보입니다. 입학 자원 부족 탓에 장학금을 주면서 학생들을 데려오니 재정적 악순환이 일어나는 거죠. 적극적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남아에도 한국을 동경하고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이번에 컨퍼런스가 열린 호주의 경우, 대학들이 공동 마케팅과 리쿠르팅에 나섭니다. 관광보다 교육 수출 효과가 더 큰 곳이 호주에요. 이런 선진기법들을 배워야 다양한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