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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임용 좌절 '10년 시간강사' 자살 파문 확산
'임용비리 고발' 유서 충격
교과부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대학에 법적 조치”
처우개선 앞서 '교원지위 부여'가 근본 해결책
교수 임용에서 탈락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시간강사의 유서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일부 사립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 ‘교수채용을 전제로 한 금품 요구’와 ‘논문 대필’이 폭로됨에 따라 대학가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5일 밤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광주 A대학 서모(45)씨는 ‘이명박 대통령께’라는 제목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전남·경기지역 사립대 등에서 교수채용을 전제로 각각 6000만원과 1억 원을 요구받았고, 54편에 달하는 논문을 대필했다는 충격적 내용이 담겨있다.

◆금품요구·논문대필 공공연한 ‘비밀’=시간강사들은 이 같은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진 일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간강사 P씨는 “자살한 시간강사 서 씨가 받은 금품 요구와 논문대필 요구는 그동안 대학가에서 암암리에 이뤄져 온 일”이라며 “교수채용을 전제로 한 금품요구는 대부분 발전기금 명목으로 요구하며, 금액도 억 단위”라고 전했다.

이번 일은 시간강사에 대한 압박과 착취가 어느 정도인지를 증언해 주고 있다. 서씨는 “A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시간강사로 근무하면서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25편, 함께 발표한 논문이 20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쓴 박사 논문이 1편·석사 논문이 4편, 한국학술진흥재단 발표 논문이 4편”이라며 “논문 대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고,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 모두는 내가 쓴 것으로 교수는 이름만 들어갔다. 가족들이 세상에 알려 법정투쟁을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논문은 주로 서모 강사가 쓰고, 교수는 이름만 공동저자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강사 P씨는 “강사가 논문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어도 제2저자로 밀리는 일이 많다”며 “선배 교수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제자의 논문 대필을 부탁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서 강사의 폭로가 사실일 경우 해당 대학을 법적 조치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한 뒤 문제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1~2개 대학 감사로는 해결 안 돼”=그러나 1~2개 대학에 대한 감사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간강사에 대한 교원지위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교수노조 강원지부장 김세현 상지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시간강사의 연구와 노동력이 철저히 착취당해 벌어진 일”이라며 “시간강사가 교원지위를 얻게 되면 일방적 불이익 관계를 벗어나 정규직 교수들과도 대등한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이번 일은 서 강사가 교수채용이 불확실해지자 자살 직전에 유서를 통해 자신이 당한 일을 폭로한 것”이라며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비정규교수노조 윤정원 위원장도 “시간강사가 교원으로서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처우개선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괜히 학내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학교나 전임 교수들에게 밉보이면 강의를 맡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가 시간강사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올려 대책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 근본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개선책이 나와도 혜택을 받는 강사는 극소수 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원지위 회복이 근본 해결책=사회통합위원회에서 시간강사 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형일 전남대 교수는 “12시간 이상 강의를 전담하면서도 ‘워킹 푸어’에 해당하는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최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12시간 이상 강의를 맡은 시간강사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강사들은 “대부분 6~8시간 정도 강의를 맡고 있으며, 12시간 이상 강의를 맡고 있는 강사는 극소수”라고 주장한다. 실제 교과부 통계에 따르면 시간강사의 주당 평균 강의시간은 4.2시간이다.

반면 시간강사에 대한 교원지위 회복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시간강사는 1977년 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교원 지위를 잃었다. 이후 17대 국회 때부터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법안이 발의 돼 왔으나 번번히 법 통과가 무산됐다. 현재 18대 국회에서도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에 관한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18대 국회 임기 안에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비정규교수노조 윤정원 위원장은 “시간강사의 자살은 교원지위가 없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 커다란 원인”이라며 교원지위 회복 없이는 시간강사 자살 사건이 재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05-27 오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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