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연평도 사태 이후 정부가 내놓은 군사적 차원 대응은 북의 도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북 응징을 최대화하는 것이지, 도발 자체를 막는 처방은 되지 못한다. 이미 우리는 천안함 사태 이후 5.24 대북 조치를 통해 북의 도발에 대해서는 즉각 자위적 조치를 취할 것을 강조했고 실제로 한미 합동훈련 등 실제상황을 대비한 대북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군사적 조치가 북의 또 다른 도발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연평도 포격이란 더 참담한 형태를 맞았다. 무력에 무력으로 대응하는 군사적 차원의 억지전략으로는 상대가 피해를 감수하면서 도발을 결심한다면 결코 사전에 막을 수 없다. 사후에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연평도 사태 이후 군사적 차원의 무력 증강 대응은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국가의 ‘안보’는 도발을 막고 억지하는 군사적 차원과 함께 평화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뿌리에서부터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는 관계적 차원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여성에게도 군복무를 의무화하고 지구상 가장 강도 높은 예비군 제도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들의 도발을 억지하고 응징하는 군사적 모범은 될지언정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절름발이 안보’인 셈이다. 소극적 평화를 넘어 적극적 평화로, 불안정한 평화를 넘어 안정적 평화로 나아가지 않는 한 우리의 평화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는 군사적 차원의 대응조치 외에도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항구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합동 대잠훈련과 함께 긴장과 대치의 서해를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전환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자주포를 늘리고 병력을 증강하고 전투기를 띄우는 게 북의 도발에 맞대응하는 절반의 평화라면, 남북간 적대와 분노의 갈등관계를 상호 화해와 협력관계로 만들어 북이 아예 도발을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머지 절반의 평화라 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열려있고 6자회담이 가동될 때는 그래도 남북간 갈등과 쟁점에 대한 협상의 여지가 있었다. 북핵 문제 역시 관리되고 조금씩 개선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6자회담이 중단된 지 3년이 다 된 지금, 북의 도발과 상호 적대는 돌이키기 힘든 상태까지 이르렀으며 북핵 문제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북한 버릇 고치기와 강압정책으로 북의 도발이 없어졌는가? 북핵이 해결됐는가? 한반도 평화가 진전됐는가? 아무리 살펴봐도 이명박식 대북 접근은 모든 면에서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 와서 전임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적대적 남북관계와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그대로 둔 채 군사적 조치만 취해서는 연평도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개성과 해주 공단에서 남북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남북 해군의 호위 아래 남북 어선이 공동어로구역에서 같이 꽃게잡이를 한다면 그 자체로 연평도의 평화는 이뤄진다. 그런 풍경 속에 북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떤가. 남북의 서해상 군사적 교전 위험에 매일 불안해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가 어떻게 달성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