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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전공학부, ‘고시준비반’으로 변질되나
주요대학들 로스쿨․각종 고시 준비 과정으로 운영
소속감, 정체성 여전히 모호…중도 탈락 우려도
“자유전공이라 자유롭지.”

한 대학 교수가 자유전공학부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자유전공학부는 특정 전공에 매몰되는 것을 막고 폭넓은 기초 교육을 강화해 창의적·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신설됐다. 그러나 자유전공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사실상 ‘고시 준비반’ 형태로 운영되는 대학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상은 주요 대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년 전후로 로스쿨 신설, 약대 6년제 전환 등으로 줄어든 모집인원을 채우기 위해 급하게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우수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한 새로운 방편인 것이다.

주요 대학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경쟁률도 상당히 높다. 지난해 정시모집 결과 △서울대 4.89대 1(전체평균 4.59대 1) △연세대 4.88대 1(전체 4.46대 1) △고려대 5.78대 1(전체 4.21대1) △성균관대 5대 1(전체 5.02대 1) 등으로 전체 평균 경쟁률을 모두 웃돌았다.

아주대 행정학과 김호섭 교수는 “자유전공학부는 대학별로 유능한 학생들을 뽑아 공직 진출, 사법·행정고시, 로스쿨 진학 등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도입된 부분도 있다”며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등용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를 로스쿨·약대 진학이나 각종 고시 준비 등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는 △공공사회 연구과정(공직 진출) △사회규범 연구과정(법조계 진출) △인간문화 연구과정(인문사회분야·대학원 진출) 등 3개 트랙으로 운영된다. 사실상 각종 고시와 로스쿨 준비 과정이라고 해도 큰 오차는 없다. 성균관대 남식용 행정실장은 “공직 진출이나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트랙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강제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인간문화 연구과정’의 경우 공직이나 로스쿨에 관심 없고 다양한 학문 탐구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트랙”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자율전공학부도 공공 인재·글로벌 인재·글로벌 과학 인재 등 3가지 트랙 중 하나의 전공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공공 인재와 글로벌 인재 트랙도 공직·로스쿨 준비를 위한 과정이라는 지적이 있다. 안희돈 자율전공학부장은 “자율전공학부가 다양한 학문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로스쿨이나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유리할 순 있지만 그 부분에 중점을 두진 않았다”며 “여러 전공을 융합한 글로벌 융합을 강조한 게 자율전공학부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교육이념을 공직 진출이나 로스쿨 진학을 위한 학생 양성에 두고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 거버넌스와 리더십’과정을 연계전공으로 두고 법학·행정학·경제학 등 로스쿨이나 각종 고시 준비에 필요한 과목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 교수는 “자유전공학부로 이름을 붙였으면 이에 맞는 취지로 운영돼야 한다. 특화된 프로그램을 도입할 거라면 자유전공학부란 이름을 붙여선 안 된다”며 “취지와 실질적 운영이 다르다면 결과는 뻔하다. 중앙대도 이런 이유로 자유전공학부 도입 1년 만에 행정학과와 통합해 공공인재학부로 개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소속감이나 정체성 문제도 크다.

많은 대학들이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모집 시 장학금 혜택이나 전공 선택 시 100% 원하는 학과를 보장하는 등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수 학생 유치에만 집중,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 자유전공학부 전용 건물이나 전임교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 교수는 “개론 수업에서 성적이 가장 낮은 학생 2명이 모두 자유전공학부였다”며 “학교에서 장학금을 주고 유능한 학생들을 뽑았지만 막상 들어온 후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수능을 다시 준비하거나 학교를 옮기는 등 중도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소속감이 없는 것도 문제다.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해 전공을 바꾸지 않는 경우는 상관없지만 2·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해 소속을 바꾸는 학생은 새로운 학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 자율전공부 관계자는 “전공 선택 시 다른 전공으로 1~2명 가는 경우 교우관계에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며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동아리나 소학회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오용직 교학팀장은 “1~2년 뒤 전공을 선택했을 때 기존 재학생과의 관계에서 어색할 수 있기 때문에 1학년부터 관심 있는 전공의 동아리나 소학회에 들어가 활동할 것을 권유한다”며 “사실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아영 기자 (songay@unn.net) | 입력 : 10-12-10 오후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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