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재추진한다. 현행 정치후원금과 비슷한 것으로, 대학 기부금에 연 10만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주고 대학은 이 돈을 학생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서상기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과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개정안은 이전에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했던 동일 법안 개정안과 거의 유사하다. 앞서는 기획재정부가 세액 공제 혜택 확대를 반대해 법안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조특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 기부금은 10만원까지 과세연도 소득세에서 공제된다. 1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종합소득 금액에서 공제되거나 이월 결손금 차감 후 소득 금액 범위 내에서 손비에 산입하도록 정했다.
이와 연동해 고등교육법에서는 10만원 세액 공제 규정으로 들어오는 기부금은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을 장학사업에 사용토록 하고,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년간 평균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10만원 세액 공제 혜택을 배제하는 것으로 개정된다.
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직전 3년간 평균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할 경우’로 정했지만, 다시 발의되는 법안은 현행 등록금 상한제에 따라 1.5배로 수치를 조정한 점만 다르다.
이번 법안 재추진은 ‘든든학자금’(ICL)을 보완하는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MB 정부의 대표적 등록금 정책인 ICL은 예상치보다 훨씬 적은 숫자가 이용하고 있다. 낮지 않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한 상환 내용이 기존 학자금 대출제도와 큰 차이가 없는 한계 탓이다.
특히 개정안의 핵심인 기부금 활성화 유도는 대학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5~6년간 사립대 기부금 수입은 반토막 났다. 2003년 1조 1945억원으로 정점을 찍는 등 2002~2004년 1조원 이상을 모았던 사립대 기부금은 최근 수년간 5천억원대 전후로 급감했다.
때문에 나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이 폐기된 데 아쉬움을 표했던 대학 재정 담당자들은 법안 재추진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일종의 부담 유예 제도인 ICL의 이용자 수가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장학금 용도로 지정된 대학 기부금 활성화가 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연세대 법인 함경일 감사평가팀 차장은 “ICL은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야 하고 금리와 연동이 될 뿐 아니라 상환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부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단점이 있다”며 “대학이 기부금을 받아 직접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재정 부담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한 차례 법안에 ‘태클’을 걸었던 기재부의 반대 여부가 관건이다. 기재부는 세액 공제를 포함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일몰조항 등을 정리하는 방침을 세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방침이다.
여전히 정부 부담을 전제하는 맹점이 있어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기부금에 대한 환급이 소액 대학 기부금을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별개로 정부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등록금 문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무늬는 기부금이지만 실제로는 환급되기 때문에 정부 재정 지원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부금 제도에는 각종 비용이 들어간다. 차라리 정부가 대학에 직접 지원해주는 게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