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결국은 기준을 맞출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분석팀을 꾸려 자기 대학에 유·불리한 조항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의 입장도 다소 엇갈리고 있다. 법과대학 학장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민배 인하대 학장은 “일단 개별대학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법과대학 학장협의회 차원에서 의견서를 제출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과잉투자 유도하는 것 아니냐
윤철홍 숭실대 법대학장은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 이 규정에 맞출 대학이 몇 개나 될지 의심스럽다”며 “각 대학들 간 ‘제살 깎아먹기 식’ 출혈과 과잉투자만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일세 강원대 법대학장 역시 “1~2%의 대학들만 준비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됐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복지와 교원 확보율에 관련된 항목들이다. 임중호 중앙대 학장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학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체육공간, 샤워실, 탁아시설 및 여성 전용공간 등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지출이 많은 부분들”이라고 지적했다.
강동범 이화여대 법대부학장은 “로스쿨 개교 이후에 준비해도 될 내용들이 나와 있어 학교의 부담이 커진 느낌”이라고 말했고, 정병석 전남대 법대학장 역시 “체육공간, 샤워실, 탁아시설 등은 차츰 준비해도 된다”고 말했다.
정만희 동아대 법대학장은 “교원확보율 같은 경우 12명이냐 10명이냐 10명 미만이냐에 따라 점수차가 나는 등 모든 항목마다 점수차가 있으니까 대학 입장에서는 일단 만점을 받기 위해 안 갖출 수가 없다”며 “결국은 과잉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호 충남대 법대학장은 “재정이 한정된 지방 국립대의 경우 심사기준에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교원 평가에서 교원 1인당 10명 미만의 항목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국립대 입장에서는 힘든 부분이다”고 말했다.
◆ 일부 심사기준 항목 추상적 지적
일부 항목의 경우 구체성 결여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석현 단국대 법대학장은 “법학전문도서관에서 4만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권수보다 어떤 책을 가지고 있는지, 질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판례집, 정기간행물, 전문서적으로 필수목록을 정하는 등 구제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모의법정의 경우도 수용인원만 볼 게 아니라 필수적인 시설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일세 학장과 김재호 학장은 법학전문도서관 자체에 의문부호를 붙였다. 김 학장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요즘, 굳이 법학전문도서관을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김 학장은 “차라리 IT분야나 DB작업이 잘 된 대학들에 가산점을 주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일세 학장은 “실무경력 교수의 연구실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기준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 수도권 VS 지방대, 국립대 VS 사립대
총론에서는 공동 전선을 유지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사립대냐 국립대냐, 지방대냐 수도권대냐에 따라 입장차가 존재한다. 시설·재정 평가는 국·공립과 사립 간의 평가기준을 달리 적용한다는 심사기준 원칙이 대표적이다.
윤철홍 학장은 “국·공립과 사립 간의 심사기준을 달리하고 지역별 인가 로스쿨 수를 정책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준비가 잘 된 대학에 인가를 내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민배 학장 역시 “국·공립과 사립이 함께 존재하는 지역의 경우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된다면 누가 승복하겠느냐”며 “기준을 달리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정만희 학장은 “현실적으로 국립대와 사립대의 경쟁이 치열한데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해야지 사학 입장에서는 썩 좋지 않다”며 “결국은 별개의 평가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홍석 경북대 법대학장은 오히려 “국립대의 경우 건물 신축이 국고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립대처럼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며 “국립대와 사립대의 본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일세 학장과 김재호 학장 역시 각각 “전체적으로 재정이 풍부한 서울 주요 사립대를 위한 준비문건이란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수도권 지역 주요 사립대 위주로 유리하게 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법시험 합격자 배출실적을 심사기준에 넣지 않고 정원 배정 심사에 넣은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조홍석 학장은 “이제까지 각 대학의 사시합격생 배출인원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데, 이 점은 서울소재 중위권 사립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병석 학장도 “사시 합격자 배출실적을 정원 배정 시에만 반영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3년간으로 한정한 것도 기간이 너무 짧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동석 학장은 “배출실적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고, 필요 없는 사항이라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 총 입학정원 제한 논란 여전
여전히 남는 문제는 ‘총 입학정원 제한’이다. 김석현 학장은 “기준은 엄격하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총입학정원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엄격하게 해놓고도 등수로 자른다는 게 문제다. 이 정도 투자하면 가능성이 있다 정도는 미리 확인해 줄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강동범 부학장은 “로스쿨 인원이 제일 먼저 정해져야 교육시설이나 입학전형 등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인문사회과학 분야가 고사할지 모른다는 위험도 제기됐다. 임중호 학장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의 상황을 고려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자본이 부족한 사립대의 경우 로스쿨 부분에 모두 투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문제는 다른 인문사회과학 분야로 가야 할 돈이 로스쿨에만 몰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로스쿨에만 지나치게 과잉 투자할 경우 인문사회과학이 죽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민배 학장은 “의학전문대학원과 비교해서도 과도하게 높은 기준인데, 로스쿨이 특별히 좋아야 하는 이유를 학내 구성원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 학장은 “지난 공청회나 사개추위 논의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들도 법안에 하나도 반영 안 됐는데, 설문조사가 반영되긴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권형진·방성용 기자 jinny·by1126@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