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및 내년 상반기의 취업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86.4%(부정적 65.9%, 매우 부정적 20.5%)가 부정적으로 전망한 반면 긍정적으로 바라본 비율은 12.4%(긍정적 11.8%, 매우 긍정적 0.6%)에 불과했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조사했던 것보다 훨씬 비관적인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64.6%의 응답자가 부정적으로 전망했으며 낙관적으로 바라본 비율은 27.2%였다.
부정적으로 바라본 비율이 불과 1년 사이에 21.8%포인트나 높아진 것은 국내 경제가 IMF 경제위기 이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9월 미 테러사건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대졸 신입사원 채용전선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꽁꽁 얼어붙은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장은 대학생들의 졸업 후 예정진로도 바꿔놓고 있다. 절반을 약간 웃도는 53.2%의 학생이 '취업'이라고 밝혔으며 대학원 진학(20.6%), 유학(9.8%) 등이 비교적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편입(4.4%), 결혼(3.7%), 군 입대(3.1%) 등이 뒤를 이었으며 기타는 5.3%.
이 부문에서 시선을 끄는 부분은 예년에 비해 소폭이나마 취업과 대학원 진학(2000년 각각 53.1%, 19.9%), 유학(8.1%) 희망자가 늘어나 '또 다른 출구'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4년의 설문조사에서는 취업 희망자가 무려 91.2%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미궁에 빠진 국내 경기로 21세기의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른 길로 U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취업할 예정인 학생들은 신문·방송·출판·광고, 일반 기업체 등에 진출하고 하고 싶어하는 한편 직업을 선택할 때는 '적성과의 부합여부'를 가장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희망하는 곳'을 묻는 문항에서 대학생들은 신문·방송·출판·광고(25.2%), 일반 기업체(24.8%) 등에 가장 무게중심을 둔 데이어 공무원(13.2%), 국영 기업체(11.7%), 교직(6.8%), 연구기관(5.6%) 등의 순으로 꼽았다.
금융기관(2.9%), 창업(2.6%)은 2%대의 낮은 비율을 기록,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했다. 올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신문·방송·출판·광고 분야는 지난해에도 18.5%로 2위를 차지, 언론분야와 광고분야에 대한 대학생들의 호감도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직업선택 기준'을 묻는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절반(49.3%)이 적성과의 부합여부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과의 연관성(20.7%), 급여 및 복리후생(17.7%) 등도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며 업계전망을 가장 우선 시 한다는 비율은 10.6%였다.
예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적성 및 개인 이상과의 부합(48.3%), 전공과의 연관성(32.3%) 등을 차례로 1∼2위에 앉혀, 사상초유의 취업전쟁으로 일컬어지는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은 '무조건 취업'보다는 '적성과 전공에 맞는 취업'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 시 원하는 기업규모 부분에서도 대학생들은 여전히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7.1%의 비율을 보인 대기업에 이어 중견기업(31.4%), 벤처기업(11.8%), 중소기업(7.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위를 차지한 대기업은 그러나 70.8%를 기록한 94년과 비교해 볼 때 엄청나게 내려앉은 수치이다.
이처럼 대기업 선호도가 점차 낮아지는 것은 IMF이후 경쟁력 강화 및 경영합리화를 위해 감량경영정책, 명예퇴직제 등을 대기업들이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즉, '한 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이라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차 희박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 역시 인기가 갈수록 시들어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3%를 기록, 불과 1.2%포인트 떨어졌지만 대학가의 벤처열풍은 이미 지나가 버린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 때만 해도 대학가 전체가 '광풍'(狂風)으로 비유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벤처는 하반기 들어 '닷컴 위기설'이 떠돌고, 실제로 위기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예전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또한 '기업선택 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의 설문에서는 기업구조의 내실성(26%)과 근무조건(17.2%)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자신의 실력(14.1%), 기업인지도(12.4%), 기업 재정규모(10.6%), 복지제도(8.4%), 기업문화(7.8%), 병역혜택(1.2%)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은 순위와 비율은 예년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대학생들은 기업을 선택할 시 화려한 외양이나 간판보다는 견실한 내실과 근무조건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외국계기업으로부터 동시에 취업제의를 받을 경우 선택할 곳'을 묻는 항목에서는 절반을 훨씬 웃도는 58.2%의 응답자가 외국계기업을 꼽아 외국계기업은 예나 지금이나 인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계 기업이 이처럼 대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것은 외국계 기업문화와 대우, 성차별 없는 근무조건 등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감원태풍이나 경기침체의 영향 또한 국내기업보다 덜 받는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기업에 이어 대기업은 23.1%, 벤처기업은 16.4%였으며 기타는 0.3%.
'창업 계획'에 대해서는 71.8%의 응답자가 계획이 없다고 밝혀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국내 경제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보다 3.8%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창업과 벤처를 기피하는 대학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학생들의 창업 및 벤처기피에 대해서 많은 대학 관계자들이 젊은이들의 도전정신과 창조정신이 실종돼가고 있음을 우려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창업계획을 갖고 있는 학생은 27.8%였다.
창업계획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이 고려하고 있는 창업 업종은 예상했던 대로 컴퓨터 및 정보통신(19.5%)이 가장 높게 나타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장 인기 있는 업종으로 조사됐다.
기타 서비스업(16.4%), 요식업(12.9%), 광고 및 홍보(12.3%), 이벤트(8.5%), 유통업(5%), 출판 및 기획(3.8%), 학원 등 교육 관련업(3.1%), 각종 체인점(0.9%), 일반제조업(0.6%)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기타는 17%.
이 문항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부분은 요식업의 부상. 지난해 9.1%를 기록, 네 번째 선호도를 보인 요식업은 3.8%포인트가 상승, 한 계단 뛰어 올랐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요식관련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고학력자가 '하지 못할' 일로 꼽혀 기피대상이 됐던 이 분야가 차츰 인기를 끄는 것은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좋으면 그 뿐'이라는 개성강한 N세대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살고있는 대학생들은 기업에 대한 취업정보나 모집요강을 수집할 때는 PC통신 및 인터넷(34%)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역시 28.6%로 1위를 차지했던 이 부분이 올해 역시 수위를 차지함으로써 디지털 세대임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PC통신과 인터넷이 인기를 끄는 것은 발 품을 팔지 않고도 '가만히 앉아서' 취업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온라인 원서접수가 일반화된 채용 신풍속도도 크게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PC통신 및 인터넷의 뒤를 이어 친구, 선배(22%), 취업정보실(10.7%), 기업홍보물(8.2%) 등이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부모·친척(5.3%), 지도교수(4.2%), TV·라디오(3.8%), 취업정보지(3.5%), 취업박람회 및 회사설명회(2.5%), 신문(2.5%), 취업전문기관(0.6%) 등은 낮은 이용도를 보였다.
이 부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대학 취업정보실의 활황과 언론매체 및 취업전문지(기관)의 퇴조. 취업정보실의 경우 한 때 입사 준비생들의 외면을 받아왔으나 최근 수년 새 대학들이 '취업률'이 수험생 유치의 중요한 잣대로 떠오르자 취업 시스템 및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예전의 인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이에 반해 TV·라디오, 신문 등 언론매체와 취업전문지(기관) 등은 PC통신 및 인터넷에 밀려 점차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취업전문지의 경우 양적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나 내용 면에서는 대동소이한 데다 새로운 정보와 감각을 담아내지 못해 사양길에 접어 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