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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산사에서 가을 만끽한다
서울 근교 가볼만한 산사
늦여름 비는 가을을 재촉하고 늦겨울 비는 봄을 재촉한다. 간헐적으로 내리던 비와 함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늦더위가 계속되는 동안 산자락에서는 가을 준비가 계속되어 왔고 강원도 어느 산자락에서는 벌써 단풍이 지고 있다.

짧은 가을 바람을 전망 좋은 산사에서 맞아보는 것은 어떨지. 서울 인근의 풍취 좋은 산사를 소개한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라면 더욱 좋다. 모꼬지를 마친 후 무리 지어 다녀오는 것도 호사로 남을 듯. <편집자>

<양수리 수종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양주시 운길산 자락의 수종사.

"가을이 오매 경치가 구슬퍼지기 수운데/묵은 밤비가 아침까지 계속되니 물이 언덕을 치네/하계(下界)에서는 연기와 티끌을 피할 곳이 없건만/상방(上方) 누각은 하늘과 가지런하네/흰구름은 자욱한데 뉘게 줄거나/누런 잎이 휘날리니 길이 아득하네"

서거정이 격찬해 마지않았던 수종사는 2.2km의 산행길 보다는 산 정상 가까이 자리한 사찰에서의 전망이 빼어나다. 호젓한 산사는 옛집의 운치를 고이 간직하고 있고 산 아래에서는 두 물이 합수되는 정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강을 풍경 삼은 높고 낮은 산들이 호젓하게 누워있다. 새벽녘이면 눈앞에 자욱하게 차 오르는 운무도 일품. 경희대 윤무부 교수도 이 곳을 자주 찾아 새를 관찰할 정도이다. 일명 '수종사탑'이라 불리는 팔각5층석탑은 조선시대 불상 양식을 살피는 데 주요한 자료가 되어온 섬세하고 뛰어난 '조각품'이기도 하다.

인근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묘지를 비롯, 서울종합촬영소 등 볼거리가 두루 산재해 있다. 서울 청량리 경동시장 앞에서 능내와 진중 삼거리를 거쳐 양수리로 가는 166번 좌석버스가 운행되고 있는데 진중검문소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기차를 타고 양수리역에 하차해도 된다. 문의 : 031-576-8411

<강화 전등사>

강화도는 사시사철 볼거리로 풍만한 곳이다. 때문에 늘 데이트 족들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철새와 갯벌 등의 천연 자연 상품이 '손님'들을 맞이해 온 덕분.

정족산의 삼랑성에 소재한 전등사는 아름다운 처마의 곡선과 배흘림기둥이 눈길을 사로잡는 대웅전이 백미이다. 대웅전엔 사랑을 잃은 도편수의 애절한 설화가 한스럽게 살아 있다.

몇 해 전 TV드라마 소재로도 차용되었던 이 설화는 사찰이 건립될 때 공사를 담당했던 도편수가 주모와 정을 나누었으나 이를 기다리지 못한 여인이 도편수의 돈을 챙겨 도망을 친 것. 이에 도편수는 네 개의 나부상을 깎아 대웅전의 귀공포(처마의 모서리)마다 하나씩 달아놓았다.

두 팔과 머리로 무거운 지붕을 힘겹게 이고 있는 나부상에는 도편수가 자신을 배반하고 떠난 여인에 대한 애증과 용서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나트막한 돌성인 삼랑성 주변을 따라 걷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으며, 사찰 입구의 누각인 대조루에서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추

억이 된다.

신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화행 완행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강화에서 전등사까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문의 : 032-937-0025

<양평 용문사>

'경기의 금강'이라 불려온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 정상으로부터 이어지는 수많은 암릉과 기암괴석 사이에 생성된 계곡이 신비로운 용문산의 들머리에 위치한 용문사는 산자락의 울울창창한 수목들이 인상적이다.

용문사의 보물은 수령 1천1백 년이 넘은 은행나무. 웬만한 빌딩 높이만큼 치솟은 키와 가지가 은행나무로 여겨지지 않는 이 나무는 이미 세종 때 정삼품의 직위를 하사받았던 명물이다.

천연기념물 제 30호로 지정되어 있는 은행나무는 의장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라는 설과 신라의 마지막 왕자였던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꽂아놓았던 지팡이라는 설이 혼재한다. 이 때문인지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면 미리 울었다는 설도 있다.

사찰 인근에 양평바탕골예술관이 있어 다양한 예술체험을 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상봉터미널에서 용문행 직행버스가 15∼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용문 시내에서 용문사까지 운행되는 시내버스가 1시간 내외로 있다. 문의 : 031-773-3797

<여주 신륵사>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곳엔 절이 있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찰은 풍광 좋은 산새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여주의 신륵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강변에 접하고 있다.

봉미산을 뒷 배경으로, 남한강의 줄기인 여강을 앞 배경으로 선택한 신륵사는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만 전해오는 천년 고찰.

연륜 때문일까. 사찰 내에 이성계가 심었다는 향나무가 있고 입구에는 나옹선사의 지팡이가 자라 성장했다는 은행나무가 고적하게 자라고 있다. 고려시대 전탑(벽돌탑)으로는 유일한 다층전탑이 현존하는 것도 특징이다.

강가 절벽엔 신륵사 최고의 경치로 꼽히는 강월헌이 있는데, 넓은 절벽들로 둘러쌓인 이 정자에 오르면 남한강의 물굽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오는 10월 28일까지 계속되는 세계도자기엑스포 관람을 겸한 여행이라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신륵사 맞은 편의 강변유원지에 야영시설이 갖춰져 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 상봉터미널에서 여주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여주에서 신륵사까지 운행되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문의 : 031-885-2505

<용인 와우정사>

높이 12m에 달하는 거대한 불상이 이국적인 표정으로 누워있는 이색적인 와우정사. 다른 사찰과는 달리 현대에 지어졌다. 1970년 실향민인 김해근(법명 해곡 삼장법사) 씨가 세운 호국 사찰인 와우정사의 특징은 주지였던 해덕법사가 모아 놓은 다채로운 불상이 인상적이다.

불상박물관이라 불러도 무방할 이 곳에는 거대한 와불상에서부터 인도에서 가져온 황동 8만 근으로 만들어진 장육존상5존불, 머리만 있는 세계 최대의 목불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눈을 풍요롭게 해준다.

마치 공원처럼 잘 가꿔져 있는 이 곳은 열반전(와불전)과 요사채, 대각전, 범종각 등이 있는데, 요사채에는 한국 불상은 물론 아시아 각지에서 들여온 3천 여 점의 불상이 전시되어 있다. 문의 : 031-339-0101

한상현 기자 (news@unn.net) | 입력 : 01-09-08 오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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