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서울 K대학 사회교육원 담당직원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대졸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이 학교에서 실시중인 '실업자 재취업 교육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는가를 묻는 안기부직원의 방문을 받았기 때문.
그는 7, 8월 중 실시한 프로그램의 강사료를 서울 북부 노동사무소에서 아직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고 안기부 직원이 다녀간 이틀 후 여러 번 독촉에도 제대로 정산을 받지 못했던 정부지원금을 받았다.
이처럼 대졸 실업난이 심각해지고 실업문제 해결이 국가적 화두로 등장함에 따라 대학캠 퍼스 내에서 정보기관들의 움직임이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
총학생회나 진보학생운동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종래의 입장에서 탈피, 정부의
실업대책이 유효 적절하게 시행되고 있는가를 판단, 시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안기부 요원들이 접촉하는 학생층도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정치색을 띄지 않지만 '청년실 업'과 연관된 단체나 대학생들은 과감히 직접 접촉한다는 것.
지난 8월 '국제채용박람회'를 개최한 「전국졸업준비위원회연합회」가 이 부류. 전졸련의 한 관계자는 "7월 단체 결성 후 안기부요원의 방문을 받고 채용박람회 개최시에 접촉해야 할 노동부, 교육부 국장급 인맥을 소개받았다"며 "뚜렷하게 도움이 된 것은 아니지만 방해 를 받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대졸 미취업자에 대한 대책을 대통령 주요 관심사항의 하나로 여겨 '청장 특별 하명건'으로 분류, 정보수집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활동은 각 대학을 관할하고 있는 경찰서 정보과와는 별도로 주로 본청과 지청의 정보분실소속 요원들이 실업대책정보를 종합관리,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고학력 실업자들이 사회불안 세력화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아직 각 단체의 실업대책안을 수집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적극적인 관심을 계속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