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처장 보직 확대 요구는 단체협약 교섭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행정전문화’와 ‘직원위상강화’를 내세워 직원들은 보직 확대를 요구하고, 학교는 미적거리는 풍경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정관 따로 현실 따로= 이론상으로는 직원도 처(실)장에 오르는 데 별 문제가 없다. 대학에 따라 교수와 직원이 맡을 수 있는 처(실)장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립대 정관은 부교수 이상이거나 2급 또는 3급 직원으로 그 자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총장선거 참여권을 획득하는 등 직원 위상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연세대도 직원처장은 총무처장 한 명뿐이다. 재무처장도 교수가 맡고 있다. 교수가 맡았던 생활관장에 얼마 전 직원이 임명된 게 그나마 위안이다.
전국대학노동조합 한정이 정책국장은 “총무처장이나 사무처장, 관리처장, 재무처장 정도가 직원이 장을 맡고 있는 부서”라며 “대학마다 직제나 명칭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실제 직원처장은 대학마다 1~2명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사정이 좋은 편에 속한다. 고려대의 경우, 법인 정관에는 2급이면 기획예산처장, 총무처장, 관리처장, 대외협력처장, 연구처장 및 입학처장에 오를 수 있지만 실제로 직원처장은 한 명도 없다. 유제욱 전국사립대학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사립대 가운데는 처장은 물론 부처장까지 교수들이 다 맡고 있는 학교도 꽤 있다”고 말했다.
◆행정전문화·책임행정 위해 보직교수 줄여라= 직원처장 확대는 직원위상과도 연결된다. 직원들이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유 위원장은 “그보다는 행정전문화와 책임행정 구현을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보통 업무파악에만 6개월~1년이 걸린다. 1년 남짓 일하다보면 또 다른 교수가 처장으로 온다. 문제는, 처장이 바뀌면서 이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정책이 하루아침에 백지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정철 대학노조 한국외대 지부장은 “모든 처(실)장을 직원들이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교무·학사 등 연구·교육과 관련된 처(실)장은 교수들이 맡고, 나머지 행정 관련 부서는 직원들이 맡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행정부총장까지도 직원이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열 연세대 노조위원장은 “예전에는 그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연공서열에 의해 승진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석·박사 학위를 가진 직원 비율이 50%를 넘는 대학도 많다. 이제 직원들도 처(실)장을 맡을만한 자질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원처장을 늘리라는 것은 보직교수를 줄이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김덕현 정책부장은 “대학이 규모가 커지면서 행정도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교수들이 자꾸 행정에 관여하려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연구·교육이라는 고등교육법상 임용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백인욱 성균관대 노조위원장은 “누가 뭐라 해도 대학 경쟁력은 연구 성과에 달렸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교수는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보직교수를 줄이고 행정을 직원이 맡는 것은 대학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